“그 힘든 고비 어떻게 견뎠나?” 물으신다면

실패의 재발견

by 최송목

“어떻게 견디셨나요?”

사람들이 파산한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주로 이런 주제의 강의가 끝나고 난 후거나, 저자 인터뷰 때 듣는 단골 메뉴다. 나는 대답한다. 길 위 잡초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그래서 힘을 냈다고. 길 위의 그 척박한 블락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잡초에서 나는 희망의 단초와 악착같은 삶의 의지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파산 초기에는 남대문 시장이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장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그들의 악착같은 불굴의 정신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어느 날 길가다가 문득 아스팔트 사이로 삐죽이 나온 잡초와 꽃들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잘 것 없는 잡초도 이렇게 힘차게 자라는데...’, ‘저 잡초가 나보다 강하구나’, ‘누가 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매일 행인들에게 밟히고, 걷어차이고, 이파리가 잘려나가고도 저리 무성하게 살아 있다니!! “ 이런저런 생각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길 위의 잡초에서 악착같은 의지와 희망을 잡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바닥에서, 실패에서, 좌절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술’ 일 것이다. 물론 못 드시는 분도 있지만, 대체로 술이다. 그렇다고 술이 다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작은 고민은 대체로 술로 해결 가능하다. 화풀이, 울화통, 불만, 소소한 일상적인 분통일 것이다. 하지만, 큰 고민 걱정거리는 술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다음 술 깨서 정신 차리고 가장 많이 찾는 것이 희망일 것이다. 희망의 등대 빛이다. 하지만, 등대는 찬 바람 가득한 해변에 있다.

“희망은 멀리서 빛나는 등대가 아니라, 내 속에서 가물거리는 호롱불이라고 나는 느꼈다. 내 속에 빛이 없다면 어디에 빛이 있겠는가 “

소설 <하얼빈>의 김훈 작가가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으로 와닿았다. 어린 시절 호롱불 밑에서 콧구멍 까맣게 그을려가며 밤새 본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우리는 막연하게 희망을 외부에서 찾고, 막연하게 ‘희망을 가져라, 희망을 잃지 마라’라고 말한다. 그 말 들으면 진정 위로가 될까? 아마도 겉도는 위로가 될 것이다. 물론 아닌 분도 있겠지만, 인사 치례로 서로 주고받기에 딱 좋은 말이다. 진짜 위로와 희망은 본인 스스로 찾고 본인 스스로에게 셀프 위로해야 한다.


희망은 확신이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마지막에 ‘아멘(amen)’이라고 끝맺는다. 그 내용에 동의하거나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의심하면서 시험 삼아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믿고 단호하게 오른쪽으로 꺾는 것이나, 그 운명은 똑같습니다." <인간 실격> 저자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가 단편 <달려라 메로스>에서 한 말이다.

비록 확실하지 않은 게 희망이긴 하지만, 오락가락 행동하는 것과 확신을 하고 행동하는 것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미지=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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