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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Dec 08. 2023

강자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손자병법

전쟁이든 전투든 사소한 싸움이든 흔히 강자가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다르다. 애러긴-토프트 미국 홀리크로스대학 방문교수는 1800~1998년의 197개 분쟁에서 강자가 이긴 경우는 70.8%라고 분석했다. 1950년 이후 최근 시기로 좁힌다면 강자의 승리 확률은 45%로 줄어든다. 강자와 약자의 전략이 동일하면 강자가 유리하지만, 서로의 전략이 상이한 상황에선 약자의 승산이 더 높았다는 것이 애러긴-토프트의 분석이다.

강자가 직접 공격을 선택하면 약자는 게릴라전으로 대항하는 비대칭 전쟁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전투에서는 이겨도 전쟁에서 진 사례가 그렇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러시아가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지지부진하게 계속 전쟁 중이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도 하마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경계에 설치한 ‘아이언 월(Iron Wall)’이 원격조종 카메라·레이더 장치 등 센서와 원격 기관총 등 첨단 무기로 하마스를 막아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불도저·땅굴·패러글라이더로 아이언 월(Iron Wall)을 무력화했고, 로켓 6600발을 한꺼번에 쏘면서 아이언 돔의 동시 요격 능력을 제압했다. 특히, 하마스는 목숨을 거는 극단적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승부는 약자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의 역학이고,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전략이다.

보편적으로 약자는 계략으로 싸우고 강자는 힘으로 싸운다. 약자는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책략으로 승리를 도모하고, 강자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직접 대결을 벌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므로 책략은 약자 입장에서는 승리의 유일한 방법이고, 강자 입장에서는 승리 비용을 줄여주는 훌륭한 도구다.

우리는 가끔 망각한다. 상대방도 나름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전략을 짜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도 ‘지피지기’하지만, 상대방도 ‘지피지기’하고 있다. 우리와 70년 총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대칭 수단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핵·WMD(대량살상무기), 미사일, 장사정포, 잠수함, 특수작전부대, 사이버전자전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유사시 비대칭 전력 위주로 기습공격을 시도해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 뒤 전쟁을 조기에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전쟁은 매번 예상이나 준비와 달리 흘러간다는 게 중동전쟁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의 교훈이다. 북한은 우리의 대응을 간 보면서 빈틈을 노릴 묘수를 끊임없이 찾으려 하고 있다. 방종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교수(예비역 육군 중장)는 “군사적 경쟁에서 상대도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며 “남북한 간 창과 방패의 시소게임은 계속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우리도 ‘지피지기 중’이고 북한도 ‘지피지기 중’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아무리 대비하고 힘센 강국이라도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작든 크든 피해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결과는 ‘질지, 이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도 첫 문장을 ‘전쟁이란 국가의 큰일이며 생사, 존망의 문제이니 깊이 살피지 않을 수 없다’로 시작한다. 
결론은 강자든 약자든 싸움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다들 가능한 싸우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https://www.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num=76575&firstsec=5&secondsec=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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