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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May 04. 2024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회사가 되는 법

잡지_신용사회 칼럼

이 글은 '신용보증기금'이 창간한 CEO를 위한 경영전문지 월간 '신용사회'에 2024년 5월호에 기고 게재 칼럼입니다.


월간 신용사회_표지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은 1657건으로 20221004건에서 65.0%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3년 법인 파산 신청(461)과 비교하면 3.6배나 증가한 수치다. 파산 신청이 법인 회생(지난해 신청 건수 1024) 보다 더 많다. 회생으로 재기의 기회를 얻기보다는 차라리 파산하고 말겠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20241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5.28%이. 202112.9%였던 대출 금리가 202213.52%로 뛰었고, 202210월 이후 16개월 연속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242월 말 기준 1006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때 대출로 버텨왔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였던 그 대출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202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3’(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에 팬데믹을 이겨낸 중소기업들이 고금리와 불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근이 버티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이자 압박의 상황은 진행형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멘털 강한 사장이라도 당장 회사를 접고 싶을 테다. 직원이라면 사표라도 쓸 텐데 그러지도 못하는 게 사장이다. 사장도 사표 내고 싶다. 그러나 그의 사표를 받아줄 곳은 없다.      

     

악전고투 중인 사장님들

장면 1눈뜨기가 무서워요

B 씨는 최근 오전 8시부터 저녁때까지 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에서 20~30통의 빚 독촉 전화를 받는 게 일상이다. 하루 종일 빚 독촉 전화를 받다 보니 아침이면 눈뜨기가 무섭다"라고 한다. 2019년 말 남편과 함께 카페를 차린 B 씨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가게 운영비를 못 내다보니 부모나 친구 등 주위에 손을 벌리다 은행 대출을 받고 거기에 더해 차량담보대출과 일수까지 끌어다 쓰게 됐다. 1원가량의 빚이 쌓였고  카드대금, 차량 할부금까지 모두 밀려있다. 몇 번이고 폐업 생각을 했지만, 인테리어 철거비도 만만치 않고 버티다 보니 이 지경이 됐다고 한다.   

       

장면 2사장님은 대리운전 

지금 시간 오후 6, 저녁식사를 마친 K사장은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사무실이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안양시내 번화가 전체가 그의 직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그의 직업은 대리운전이다. 잘 나가던 기업 홍보물 제작자였던 K사장은 지인 소개로 폐기물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했다. 융자를 받아 공장을 짓고 어렵게 폐기물 사업자 허가까지 받았지만,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공든 탑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공장은 경매로 넘어갔고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리 운전으로 연명하고 있다.  

 

오래도록 살아남는 회사가 되어야

위의 사장들 같이 요즈음 중소기업 사장들 모두는 이유는 다르지만, 한결같이 악전고투 중이다. 그중에는 숨만 겨우 붙어있는 이도 있고, 발버둥 치는 이도 있고, 이미 시장이라는 무대에서 사라진 사장도 있다. 이들에게는 지금 사회도처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기업 투명성, 사회적 책임, ESG경영 등 각종 멋진 슬로건들이 강 건너 이야기 일뿐이다. 그것은 공기업, 대기업들이나 하는 사치이고, 잘되는 회사 잔칫상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지원금이라고 찔끔찔끔 뿌리는 쌈짓돈도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작 필요한 건 우산이나 장화다. 언제 숨이 넘어갈지 모르는 시한부 환자 목숨을 한두 달 더 연장시켜 주는 링거일 뿐이다.        


중소기업들은 잘 망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망하지 않고 용케 10년 버티는 회사가 있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만큼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게 힘들다는 반증이다. 요즈음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들의 바람은 정규직에다 정년까지 잘리지 않고 잘 다니다가 퇴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중소기업 직원의 가장 큰 염려는 다니는 동안 혹 회사가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년은 차치하고 애들 키울 동안만이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소박한 소망이란다. 이런 시대에 중소기업 사장이 모토로 삼아야 할 핵심 키워드는 회사 매출, 이익 등이 아니다. 오래도록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회사가 되는 것이다.   

        

고군분투하지 마십시오

이런 사장들의 악전고투에 아쉽게도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은 없다. 다만, 비록 악전고투(惡戰苦鬪)하더라도 고군분투(孤軍奮鬪)’하지 말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사장 혼자 온전히 그 고민 고통을 다 떠안으려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실용적인 지혜를 얻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마련해 보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다. 내부직원도 있고, 외부 친구도 있고, 관계회사 파트너도 있겠다. 그들과 교류하고 도움을 청해 보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게 당신 것이 아니듯 고민 또한 다 당신 게 아니다. 지금 당장 그들을 만나라.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고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내딛는 것 같은 긴 여정이다. 잘 될 때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기울어져 갈 때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일종의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손님 발길이 뚝 끊기고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쓰나미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면 허둥대는 바람에 상황을 실제보다 확대하여 더 악화시킨다. 물에 빠져 허둥대다 제풀에 지쳐 익사하는 꼴이 돼 버린다. 주변의 멀쩡한 회사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이러다 우리 회사도 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심리의 도미노 현상으로  집단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잘 추락하는 것도 경영

사업이 흥할 때나 기울어질 때나 모든 일에는 항상 긍정과 부정, 최상과 최악의 양측 멘털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몸과 감정이 앞서다 보니 이론과 다르게 움직이게 된다. 멘털의 균형은 쉽지 않지만 미리 생각해 두는 것과 갑작스레 임기응변으로 임하는 것과는 결과가 엄청 다르다. 멘털 균형의 실천 핵심은 침착함’이. 통상 실패의 감정에는 주변 상황에 대하여 과민하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다. 그냥 놔두면 그 성질이 야수같이 포악하고 반대로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면 용기가 쪼그라든다. 이때 핵심이 침착유지다. 하던 동작을 잠깐 멈추고 차분히 밖에서 ''를 바라보는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예를 들어 비유해 보자. 조종사에게 추락은 갑작스러운 착륙상황이지만, 착륙은 그냥 매번 예정된 프로세스’이. 착륙은 안정적 하강이고, 추락은 갑작스럽고 두려움을 동반하는 하강이 되는 것이다. 이때 당황하고 긴장하여 조종간을 잡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있거나,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비행기를 몰아간다면 바로 추락해 버린다. 이 추락의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멘털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갑작스러운 위기상황 일지라도, 짧지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은 존재한다. 이때 잘 추락하는방법을 생각해 두자는 것이다. 추락하는 또 다른 를 바라보는 것이다. 불편한 상상이지만 필요한 상상이다. 잘 추락하는 것도 경영의 일부다.

         

월간 신용사회_칼럼

사장은 사표를 받아 줄 곳이 없습니

넘어지지 않는 인생은 없다. 넘어져야 인생이다. 도전 횟수가 많다 보면 실패도 그 수만큼이나 늘어난다. 야구에서 출루가 잦으면 병살타나 삼진아웃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살면서 반드시 크고 작은 도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성공하는 방법 또한 없다.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한다. 특히 많은 부를 축적한 사장이나 화려한 이력의 지도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사장은 회사가 어렵다 해서 출근하지 않을 수도 없고 사표를 쓸 수도 없다. 그러니 도망가지 말고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의 일처럼, 벽에 걸린 액자처럼 찬찬히 들여 다 보는 거다.    

        

현재의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실패 국면을 바라보는 태도도 그렇다. 실패란 실패라는 그 자리에 시선이 멈췄을 때 실패로 규정된다. 실패는 탁구게임의 과 같다. 꾸준히 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넘어오지 않는다. 상대방이 실수를 하던 내가 강한 스매싱으로 잘 넘기든, 넘기다 보면 돌아오지 않을 때가 분명 생긴다. 그때가 내가 실패에서 벗어나는 변곡점이다. 꾸준히 움직이면서 기다려야 한다. 목표를 가지고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실패는 저만치 뒤처질 것이고 남의 일처럼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참고 인용> 사장으로 견딘다는 것』, 최송목, 유노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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