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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침묵의 쓰나미, AI가 온다

중수동자 래야, 수무상형(衆樹動者 來也, 水無常形)

by 최송목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86318


집 안에서 반려견이 허공을 향해 짖자, 로봇청소기가 그 장면을 주인에게 전송한다. 주인은 이를 확인하고 산책을 나간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세탁기에 옷을 넣기만 하면, 옷감의 종류와 색상, 오염도에 맞춘 최적 코스가 추천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탁이 끝난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포착된 장면들이다.


중국 타오바오, 핀둬둬 같은 플랫폼에서는 버추얼 휴먼 아바타가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상품을 소개한다. 24시간, 일주일 내내 방송을 이어가며 물티슈에서 프린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버추얼 휴먼을 라이브 커머스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딥브레인 AI는 이달 초 이미지 한 장만 입력하면 버추얼 휴먼이 제품을 들고 사용하는 장면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일상 속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흔하다. 학생들은 챗GPT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취업 준비생은 AI로 자기소개서를 다듬는다. 채용 플랫폼 ‘캐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9명 이상(91%)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교육 현장에서는 AI 맞춤형 학습이 도입되며 교사의 역할과 평가 체계가 바뀌고, 언론계는 AI 기사 작성의 신뢰성 검증 방안을 논의한다. 정치권은 딥페이크와 합성 영상이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사회 제도와 규범은 이미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모델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카카오는 금융·헬스케어 챗봇을 강화한다. 삼성은 반도체 설계에, LG는 스마트홈 생태계에 AI를 접목한다. 야놀자는 실시간 요금 조정과 맞춤형 여행 추천을 통해 AI 기반 설루션을 고도화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AI를 활용해 다국어 상담과 사건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큰 변화는 대개 천천히 스며들어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학습 방식, 의사결정, 기업 전략 수립까지 사람과 업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운동장에서 선수가 교체되는 수준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가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변화를 인지했을 때 우리는 이미 AI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경고를 단순한 아우성으로 여기면, 그때는 이미 늦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100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빌 게이츠는 향후 10년 안에 AI가 인간 역할의 대부분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계층적·직무적 도식은 사라지고, AI와 함께 생각하며 협업하는 구조가 일상화될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중수동자, 래야(衆樹動者, 來也)’라는 말이 있다. 바람도 없는데 숲이 흔들린다면 적이 오고 있다는 징후다. 다가오는 AI 변화는 ‘수무상형(水無常形)’처럼 물과 같아,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속도 또한 아침에 태어난 아기가 저녁에 노인이 될 정도로 빠르다. 한마디로, 조용하지만 거대한 침묵의 쓰나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AI를 “흥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흥겹게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고, 거부하거나 흘려보내는 이에게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시대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참고, 인용, 발췌>

1. 권유진기자, 중앙일보, 이 쇼호스트 중 사람은 2명… 주 7일 일하며, 돈도 잘 버는 AI

2. 강정욱기자, WIKI 인사이트, 하루가 다른 AI 산업… 부작용 막을 국제 협약 시급하다

3. 조수아기자, 한경비즈니스, 빌 게이츠가 예상하는 10년 후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은?

4. 최민지기자, 중앙일보, 봉준호의 제언 “스트리텔링으로 관객매료, 본질은 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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