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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찬·박진영에게 배우는 자율의 힘

군불어장(君不御將)

by 최송목


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285639

스트레이키즈의 리더 방찬은 팀의 곡 작업, 퍼포먼스, 무대 구성까지 멤버들과 함께 결정한다. 멤버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최종 방향도 함께 조율한다. JYP 박진영은 큰 비전과 목표만 제시하고 세부 실행은 멤버들에게 맡겼다. 결과적으로 대성공, 스트레이 키즈는 프랑스 SNEP 차트와 독일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70년 역사 최초로 7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자율은 어떨까. 카카오는 직급 대신 ‘님’ 호칭을 쓰고, 출퇴근과 근무 장소를 유연하게 운영하며 팀 구성과 의사결정도 자율적이다. 덕분에 카카오톡 하나에서 출발해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단순히 서비스 영역을 늘린 것이 아니라, 각 사업 부문을 독립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낸 것이다.


토스는 더 극단적이다. 토스에는 직급이나 직위는 없다. 오직 역할만 있다. '기능'이 아니라 고객'서비스'를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정해진 규칙도, 엄격한 출근시간도, 휴가 제한 횟수도 없다. 완전한 자율과 책임이 토스 조직 문화의 핵심이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시간과 에너지를 조정하지만 능력과 퍼포먼스가 부족할 경우 가차 없이 동료들의 냉정한 피드백을 받는다. 직원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일의 즐거움'을 되살아나게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토스는 각 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옳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해 사실상 모든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토스가 자체적으로 정리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 다른 하나는 '책임'이다. 이는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시스템’인데, 덕분에 구성원들은 자기 판단과 책임으로 움직이며 국내 핀테크 시장을 단기간에 선도했다. 실패 사례도 있었지만, 실험의 속도가 워낙 빨라 학습과 개선이 곧바로 이어진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 지난 2015년 1월 국내 최초로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도입했고, 2017년에는 주 32시간제, 2018년에는 부서별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2023년에는 근무지 자율선택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직접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빠른 시도–빠른 실패–빠른 개선’의 사이클을 만들었다. 이런 자율성은 한국의 배달 문화를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직방, 마켓컬리 등 다른 스타트업과 IT 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단위 자율 팀’으로 신사업을 키워왔고, 직방은 원격근무와 자율 회의 시스템을 정착시켜 부동산 플랫폼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마켓컬리는 초기 물류 혁신을 추진할 때 철저히 현장 팀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했다.


종합하면, 이제 자율은 단순한 기업문화의 실험차원을 넘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자율 리더십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2500년 전 손자병법에서는 “군주는 장수를 통제하지 않는다(君不御將)”고 했다. 유능한 장수를 불필요하게 통제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면 승리가 쉽다(將能而君不御者勝)는 뜻이다. 현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현장을 신뢰하고 맡기면, 구성원은 주인의식으로 무장하고 실행을 책임진다. 이때 조직은 놀라운 창의성과 열정으로 성과를 낸다. 방찬과 박진영, 카카오와 토스,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 공통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자율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방임은 오히려 리더십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세 가지 정도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현장 책임자가 유능해야 한다(장수 유능).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다. 박진영은 7년간 연습생 방찬의 역량과 인간성에 주목했다. 결국 “네가 한 번 멤버를 짜봐라, 데뷔할 준비가 되면 우리에게 보여줘라”라며 자율을 부여했다.


둘째, 경영자도 유능해야 한다(군주 유능). 능력 있는 직원을 보는 선구안과 큰 그림으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겸비해야 한다. 또 작은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는 믿음과 기다려 주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셋째, 조직이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조직 안정성). 자율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실패를 학습과 개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안정된 지원 체계와 맷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만, 위의 사례에 나오는 카카오가, 2023년 각 계열사에 적용해 오던 일괄적인 자율경영 체제를 공식 철폐 선언했는데, 이것은 그동안의 ‘자율경영’이라는 철학의 수정이라기보다는 전략의 수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초등생 수영선수가 고등학생이 되어 몸집이 불어나면 영법도 달라져야 하듯, 구멍가게에서 시작한 그의 사업이 군단급으로 성장했다면, 당연히 운영전략에도 진작 변화를 줬어야 했다.


참고로, 카카오는 1995년 다음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하여 2014년 다음카카오로 출범했다. 각 계열사에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주며 불과 30년 만에 계열회사 129개(2024.04 기준), 시가총액 21조 7천억 (2023.7 기준)으로 갑자기 초거대 군단의 대기업이 되는 바람에 자율만으로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2021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그의 재산 5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말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는 자율경영이라는 근본철학을 철회했다라기 보다는 자율과 피라미드 통제와의 적절한 균형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자율은 창의성과 민첩성을 극대화하고 구성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조직의 성공을 빠르게 이끌어 갈 수 있다. 이때 경영자, 책임자, 조직의 지원체계라는 삼박자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손자병법과 여러 기업 사례가 증명하듯, 자율은 리더십의 중요한 전략적 선택지다. 특히 중소기업, 성장을 우선시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더욱 그렇다.

드로잉=최송목

최근 박진영이 장관급인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 그는 그동안 1세대 아이돌 god의 국민적 성공부터, 2세대 원더걸스와 2PM, 3세대 트와이스와 GOT7, 그리고 4세대 스트레이 키즈와 ITZY, NMIXX에 이르기까지. 무려 4세대에 걸쳐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비와 방시혁 등 수많은 걸출한 아티스트를 배출한 세대를 아우르는 성공신화이자 육성자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인성, 자율을 강조해 온 그가 규정과 관행을 중시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참고, 인용, 발췌>

1. 강정아기자, 조선비즈, 스트레이 키즈, 빌보드 7 연속 1위… 70년 역사 최초

2. 유튜브, [Straykids]찬이가 멤버들을 뽑은 이유

3. 완전한 '자율과 책임', 토스의 조직문화, 인터비즈

4. 김보람기자, 우아한 형제들 수익성 위기에... 노동 '혁신'도 퇴보하나?

5. 정지은기자, "카카오, 이름까지 바꿀 각오"… 자율경영 체제 공식 철폐

6. 조아라기자, 한국경제, 카카오 "김범수 재산 기부, 선진 기업 경영 촉매제 될 것"

7.연예소식지기, JYP 박진영, 대통령 직속 위원장 되다!…'딴따라'가 K팝 정책 컨트롤타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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