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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 Aug 09. 2024

4. 그것은 , 풍경 1

나에게 집은 내 삶의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100컷은 대부분 태어나서 자란 집에서 만들어졌다.

할아버지 그리고 20대 중반의 젊은 부모님과 태어난 지 100일이 막지 난 나 이렇게 넷이 마당에 서서 찍은 가족사진이 그 첫 번째 풍경이다.





다음은 내가 3살 되던 해  여름, 두 손은 뒤로 모으고 우아한 자태로 할아버지에게로 걸어가는 사진이다. 한 껏 올려 묶은 똥머리를 한 나는 하얀색 점이 찍힌 빨간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에나멜 구두를 신은 채였다.  





세 번째 컷은 갓 5살이 된 겨울, 민족의 명절 설날 마당 연못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는 한복을 곱게 입고 바가지 머리에 고무신까지 신고 주먹을 쥔 채 차렷 자세로 짓궂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네 번째도, 다섯 번째도,..., 서른 번째 즈음의 컷도 그 집에서였다.




5살 명절이 지난 후 얼마되지 않은 겨울 나는 연못에 빠졌다.

쌀쌀한 겨울 오후 나는 마당에서 그네도 타고 장난감 프라이팬에 흙을 담아 소꿉놀이도 하면서 혼자 놀고 있었다. 거실 창가에 있던 계수 씨는 나를 보고 웃어 주었다. 연못에 비친 하늘에 구름이 떠 다녔다. 나는 구름 위를 걸어보고 싶었다. 살얼음이 얼어 있는 연못 위를 아니 구름 위를 사뿐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름 위를 걸을 수도 어쩌면 미끄러지듯 날 수도 있다고 여겼나 보다. 다음 장면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나는 연못에 빠졌다. 계수 씨는 한달음에 마당으로 달려 나와 연못에서 나를 건져 올리고 담요로 꽁꽁 싸맨 후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등짝 스매시는 물론 폭풍 같은 잔소리를 들으며 이번에 나는 뜨거운 물 안에서 얌전히 앉아 견뎌야 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부산 동래구 마당 있는 2층 집, 전부가 내 놀이터였던 집, 연못도 있고 핑크색깔 꽃이 피는 잔디, 그 위에서 그네를 타던 그런 집에서 운 좋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할아버지 방으로 출동, 할아버지와 함께 강아지를 살피고 꽃과 나무에 물도 주었다. 나에게 집은 할아버지와 함께한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나는 어른들과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지 그 방법을 배웠다.


집은 내 삶을 지탱한 모든 것에 배경이 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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