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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Sep 15. 2024

Guava HR 입문기 4

구아바 여권의 HR  스탬프

여권 속 HR 스토리


구아바의 만료된 한 여권을 펼치면,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출입국 스탬프, 비자 스티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추억들. 제 만료된 여권에는 온갖 나라의 출입 기록과 심지어 방문한 적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비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습한 공기, 러시아의 차가운 바람, 폴란드의 고풍스러운 거리... 각 나라마다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분들에겐 평범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여권은 제 인생에서 가장 활발하게 공항을 드나들었던 시절의 증거입니다. 바로 글로벌 HR(GHR) 시절의 이야기죠.



HR의 정량적 성과, 그 이면의 가치


HR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흔히 이력서에 자신의 성과를 정량적인 수치로 표현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게 됩니다. "몇 명 채용", "직원 만족도 00% 달성", "이직률 00% 감소" 등과 같이 말이죠. 이런 수치화는 분명 중요합니다. 성과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HR 분야에서 이런 접근이 항상 옳은 걸까요?


저는 HR, 특히 글로벌 HR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운 업계 동향, 면접 기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등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제 GHR 시절은 회사의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러 떠났다가, 오히려 평생 잊지 못할 멘토들과의 만남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어떤 숫자보다도 값진 자산이 되었죠.



HRD 70:20:10 이론과 현장 학습의 중요성


HRD 70:20:10 이론을 아시나요?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학습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70%: 업무 경험을 통한 학습 (On the Job Experience)

20%: 동료나 상사와의 비공식적 학습 (Informal Learning)

10%: 공식적인 교육 및 훈련 (Formal Learning)


많은 회사들이 10%에 불과한 공식 교육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명 강사 초청, 최신 교육 콘텐츠 개발, 화려한 워크숍 등에 말이죠. 물론 이런 공식 교육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가장 값진 배움은 현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그 어떤 교육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동료들과의 대화, 상사의 조언,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교훈들... 이런 것들이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대학 시절, 4년간의 책상 위 공부보다 2개월간의 건설 현장 인턴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너네가 노가다를 아니? 죽전 신세계백화점 대리석 한 면은 내가 붙였어!"라며 허세 섞인 무용담을 늘어놓곤 했죠.


그 시간 동안 배운 것은 단순히 대리석 외벽 설치와 관련된 시공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팀워크의 중요성,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안전 수칙의 실제적인 의미 등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실전과 현장의 중요성, 그리고 좋은 멘토와 롤모델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 계기였습니다.



GHR 시절의 특별한 멘토들


GHR 시절, 저는 세 분의 특별한 멘토를 만났습니다. 물론 제 인생에 고마운 멘토분들은 수없이 많고, 순위를 매길 수 없습니다. GHR 시절도 여러 명의 멘토들이 있습니다. 직접 업무를 가르쳐주고, 멱살 잡고 끌어주신 분들도 많으시죠. 이 세분은 직접적으로 저를 가르치진 않았지만, 제 HR 커리어의 방향을 제시해 주신 분들이라 좀 더 특별해서 글에 써봅니다. 현재 연락을 못 드려서 직급이나 근황은 잘 몰라서 제 마지막 기억의 직급으로 작성을 합니다.


첫 번째는 정근수 프로님입니다. 말레이시아 현장에서 만난 그는 "구화야,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한 팀이야. 인사팀이라고 인사 업무만 생각하면 안 돼."라며 HR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HRBP(HR Business Partner)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HR이 단순히 지원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핵심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죠.


두 번째 멘토는 이춘우 프로님입니다. 그는 HR Analytics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분입니다. "김구화 대리가 말레이시아 채용 경험은 제일 많다면서요. 지원자들 현재 연봉/희망 연봉 데이터도 많고. 그걸로 하나 만들어주면 그 이후는 업데이트하면서 쓰면 되죠." 이 말씀이 제게 데이터 기반의 HR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단순히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 멘토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러시아 LAKHTA 프로젝트에서 만난 이 분은 제가 HR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기술 면접의 진수를 보여주시며, HR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 주셨죠. HR도 깊이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분입니다.



HR의 진정한 가치


이런 경험들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제 HR 커리어에서 가장 값진 자산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정량적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관계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진정한 HR의 역량이 아닐까요?


HR은 단순히 '사람 관리'가 아닙니다. 비즈니스의 핵심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때로는 기술적인 전문성까지 갖춰야 하는 복합적인 영역입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 진정한 HR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여러분의 여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단순한 출입국 기록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배움과 성장의 순간들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 편에서는 제 HR 여정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HR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그 순간을 기대해 주세요.



- Total HR / 사파 감성 HR 구아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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