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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Sep 12. 2024

Guava HR 입문기 3

글로벌 채용의 현장에

예상치 못한 HR로 다시 복귀


2011년 가을, 폴란드에서 GML (글로벌 마켓 리더, 단기 지역전문가라 불리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2012년 복귀 후 현장 발령 전 GML T/F 형태로 GML 성과 발표자료를 만들 때였군요.

"구화야, 잠시 중단했던 경력직 채용을 다시 시작한다. 채용 프로세스에 익숙한 사람이 필요해. 현장 가기 전에 잠깐만 도와줄 수 있어?"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채용 프로세스야 수도 없이 운영했고, 단순히 '잠깐'의 일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했기에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는 다시 HR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달라진 채용의 풍경


이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2011년에 국내 경쟁사 위주의 채용을 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를 무대로 인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 헬스케어, 공항 건설, Complex 다양한 상품의 전문가가 필요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그 전문분야에 대한 Study가 필요한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각 도메인의 전문지식을 잘 이해해야 사람을 잘 뽑을 수 있는데, 그게 벼락치기로 될 일인가요? 당시의 경험으로 " HR이라면 어떤 분야를 채용할 때 정말 그 전문가가 되겠다는 자세로 공부를 해봐야 한다." 라는 신념이 생긴 것 같네요. 여하튼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 보면, 건축 현장, 그것도 재래식 공법 현장 공사 1.5년, 플랜드 LPG 탱크현장 안전 1.5년 경험이 전부인 풋내기 구아바에게 아주 큰 미션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수도 없는 프로필 중에서, 이력서 중에서 엄선을 해서 전문가 분들에게 검토요청을 드려야 했는데 정말 우수한 핵심 인력이 구아바의 잘못된 판단으로 서류검토 기회도 못 가질 수 있었으니깐요.




LinkedIn과의 씨름


글로벌 채용에는 LinkedIn을 많이 쓴다고 이야기를 들었고, 전사 인사팀에서 저에게 가장 높은 권한, 비싼 권한의 LinkedIn 계정을 만들어 줬습니다. 지금이야 아주 익숙하지만, 그때 LinkedIn은 저에게 그저 낯선 플랫폼이었습니다. 이 도구와 친해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냥 무식하게 시간을 때려박으며 계속 부딪쳤던 것 같습니다.  

프로필 검색하기

Job Description 계속 수정하고, 다양하게 변경해 보기

키워드 고민하기

InMail 보내고 또 보내기

거절에 좌절다가 간혹 오는 긍정적 답변에 희망을 얻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버거웠습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전문가 분들의 마음에 드는 인력을 찾을 수 없을 땐 좌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LinkedIn에 엄청 사람이 많은데, 왜 이렇게 이력서가 안 들어와?" 모든 게 미숙한 제 역량 탓인 것 같았습니다.



글로벌 Search Firm과의 협업


당시에 LinkedIn 말고 여러 Search Firm과 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헤드헌터와 Search Firm에 대해서 누구나 할 수 있고, 전문성이 그다지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면서 뛰어난 헤드헌터 분들과 일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장 동향 파악하기

후보자의 잠재력 평가하기

기업의 니즈 정확히 이해하기

양측의 기대 조율하기

정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헤드헌팅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지식도 없으면서, 다혈질 적이고 성격이 급하고 질문은 무지하게 많은 구아바랑 일하기 힘드셨을 겁니다. 늦었지만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외국인 임원 On-Boarding : 예상 밖의 업무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면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입사 시까지 아니 입사 후까지 아주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외국인 임원, 핵심 인력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외국인 임원의 집을 구하러 다니고, 자녀의 학교를 알아보는 일이 과연 HR의 일인가 의문이 들었죠.


이때 경험이 아직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시니어 HR 구아바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화적 차이 이해하기: 같은 상황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세세한 부분 신경 쓰기: 작은 관심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경험했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만나기: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글로벌 마인드 기르기: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이 경험들이 영어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구아바가, 나중에 외국계 회사의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며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리 인생의 점들은 나중에 가서야 연결됩니다. 당시에는 의미 없어 보였던 일들이 지금 와서 보니 중요한 경험이었던 거죠.

10년이 넘은 지금도 그때가 생각납니다. 한밤 중에 글로벌 헤드헌터와 통화하며 긴장했던 순간들, 처음으로 외국 임원 채용에 성공했을 때의 안도감, 그리고 그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책임감까지. 이후 성과가 잘 나오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타까움과 죄책감.



마치며: HR, 계속되는 학습의 여정


HR은 끝없는 배움의 과정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은 변화하며, 사람들의 니즈도 다양해집니다. 하지만 '사람'이 중심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고 믿습니다.

HR에 관심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이는 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경험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완벽할 순 없지만, 계속 노력하고 배우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HR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더 나은 조직과 더 행복한 구성원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볼까 합니다.


이 세상 모든 HRer들 파이팅! 

아무리 외로워도 문어지지마요! 잘하고 있어요!


- Total HR / 사파 감성 HR 구아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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