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버전은 중간에 잠시 다른 이야기로 쉬어갑니다. 2.5 삼성그룹 신입사원 지도선배 SVP 이야기에 이어서, 4.5는외국계 인사팀장 재직 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잠깐 들러드리려고 합니다.
신입사원의 우연한 깨달음
삼성물산에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니죠. 여름에 입사를 하였는데 기나긴 삼성 그룹교육, 물산교육을 받고 겨울에 현장에 발령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는 갑작스레 사업부 체육대회 준비에 차출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겨우 '0.5 공깃밥' 정도의 일을 하고 있던 제가 한 달 동안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춤을 배우고, 의상을 고르고, 동기들과 깔깔거리며 놀게 된 것입니다.
그때 TF 담당 임원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런 행사는 어설퍼도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야 재밌고 단합도 되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거야." 솔직히 당시에는 그저 연예인을 부르기에는 비싸서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었고, 다들 일할 때 일이 아닌 이런 행사에 오랜 기간 차출되는 것이 눈치가 너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훗날 제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사팀, 그리고 행사의 부담
시간이 흘러 저는 사업부 인사팀에 발령받았습니다. 구아바 HR 입문기에서도 다뤘던 내용입니다. 다양한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죠. Mini TED, 팀 활성화 프로그램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받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때는 추가 업무라는 생각에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바빠 죽겠는데..."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죠. 행사 준비는 그저 해야 할 일 중 하나였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전환점: '목목수'와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 빌딩사업부와 주택사업부가 통합되면서 저는 이동훈 프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목목수(목요일 목요일은 수다다)' 이벤트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동훈 프로의 진행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놀랍도록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을 알아보기 어려운 어린 시절 사진을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그 사진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미친 듯이 바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모습을 보며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깨달음: 진정한 팀빌딩의 비밀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힘들어도 투박해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자. 진심으로 치열하게 준비하면 뭐든 외부 강사 초청보다 진정한 팀빌딩이 될 것이다."
호기심에 이동훈 프로의 성공 비결을 물어봤을 때,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특별한 스킬이나 노하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그는 야근을 하면서도 별도의 시간을 내어 행사를 준비했고, 팀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준비했다고 합니다.
"실패? 당연히 많았지. 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계속 발전했어. 힘들지만 너무 재밌어."
그의 말을 들으며,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 얼마나 즐겼는지 말이죠.
감성 HR MC 구아바의 탄생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감성 HR MC 구아바'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매년 송년회와 다양한 사내 행사를 준비하면서, 저는 독특한 퀴즈와 게임을 개발하고 재미있는 상품을 준비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APAC Head와의 런치 (물론 항공기 자비 부담이지만요), 인사팀장과의 심층면담, 한 시간 지각권, 한 시간 조퇴권 등 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준비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퀴즈에서는 직원들의 증명사진이나 카톡 프로필을 활용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자리 맞추기 퀴즈는 직원들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퀴즈를 통해 직원들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감사와 성찰
이동훈 프로와 오랜만에 연락했을 때, 그는 정작 '목목수' 이벤트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의 과거 열정을 떠올리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 대화를 통해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요.
아무 계획 없고 생각 없고 열정 없던 저였지만, 주변의 넘치는 인복 덕분에 누구보다도 송년회에 진심인 감성 HR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매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그때의 깨달음을 되새깁니다.
나아갈 길
여러분의 일상에서도 이런 특별한 순간들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작은 경험이 우리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영감이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배우고, 나누는 '사파 감성 HR 구아바'가 되겠습니다.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성공 후의 뿌듯함은 제 일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세요. 그 작은 시도가 여러분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누가 알겠습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