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0이는 방이 없어요!
도1 = 도원 (첫째, 초등학교 2학년, 9살)
도0 = 도영 (둘째, 유치원생, 5살)
도1도0 시리즈는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LinkedIn에서 올해 3월부터 소소하게 90편 이상을 에피소드가 있을 때 일기처럼 소소하게 작성했는데,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브런치로 옮겨봅니다.
어느 날 퇴근길, 밝은 얼굴로 도0이가 달려와 외쳤습니다.
도0 : "아빠! 곰도리가 다 나았어!"
도1이가 도0이랑 논다고 공부를 안 한다고, 장난감 방으로 쓰던 방을 도1이 공부방으로 바꾸면서 장난감을 많이 버렸습니다. 그래서 도0이가 항의의 뜻으로 가장 오래된 인형, 버리려던 봉지에서 곰도리를 꺼내서 계속 업고 다녔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없어서 곰도리가 슬퍼한다고, 일주일 내내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나 : "오 정말?? 어떻게 친구들 없어도 된데? 옛날 친구들이랑 잘 놀아본대?"
도0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도0 : "아니, 올챙이 할머니(부산 할머니, 나의 친모)가 생일날 장난감 많이 많이 사준대!
그거 듣고 곰도리가 기분이 좋아졌어."
나 : "응???"
어머니 어차피 제가 사는 거잖아요. "구화야 이거 이거 주문해라. 돈 나중에 줄게~" 하고 안 주실 거잖아요 ㅠㅠ 그리고 도1이 공부해야 하니깐 장난감 싹 버려라고 한 장본인 아니세요??? 어머니가 동생이랑 놀면서 자꾸 어린애처럼 군다고, 이제 초등학생이니 공부방 만들어주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왜 이렇게 내로남불이세요!
여하튼 도0이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도0이 아주 기쁘게 말했습니다.
도0 : "할머니가 친구들 많이 사줄 거야!!! 그래서 곰도리가 다 나았어!"
"근데 아팠던 이유가 또 있었다네?"
나 : "응? 그게 뭔데"
도0 : "내 방이 추워서, 감기가 걸렸대"
나 : "..."
최근 도1(첫째)의 공부방을 만들면서 놀이방의 장난감을 대부분 버렸고, 도0이를 위해 베란다에 임시방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도0 : "그리고 내 방이 너무 좁아서, 뛰어놀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서 그랬다네?"
도0이가 덧붙였습니다.
도0 : "아빠가 또 몰랐네? 내방 만들어줘~"
나 : "도0아, 집이 좁아서 도0이 방을 만들 수가 없어. 형아처럼 초등학교 가면 만들어줄게~"
도0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여러 번 깜빡이더니 갑자기 말했습니다.
나 : "아빠 따라와 봐~~~"
옷방으로 저를 데려간 도0이가 말했습니다.
도0 : "아빠 옷들은 추워도 되지? 근데 우리 곰도리는 추우면 안 되지?
옷방이랑 내방 바꿔줘 ~ 아빠 고마워 살앙해!"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 도1이랑 싸웠... 아니, 놀았습니다.
점점 일이 커져갑니다. 우리 어머니는 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셨을까요?
도0이의 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악마영혼당근마켓, 영혼이라도 팔아야 할까요? ㅠㅠ
"도0이가 너무 불쌍하다!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는 항의가 링크드인 댓글에서 빗발쳤습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도0 노조위원장과의 대승적인 합의를 했습니다.
" 구아바 ENT. 사측(을 중의 을) 담당 사파 감성 HR 구아바 인사팀장과
도0 노조위원장의 장시간 협상 끝에,
베란다 안쪽 안방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곰도리와 친구들의 복리후생에 만전을 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도0이는 이제 안전하고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
라고 3월에 링크드인에 공지를 하였습니다.
그 후 6개월이 흘렀습니다. 아직 도0이 방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도0이가 파업을 할지 그 리스크는 여전히 안고 있습니다. 올해가 이제 3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도1도0 시리즈 중에 반응이 좋았던 것을 하나씩 브런치로 다시 써서 옮겨보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세상 육아하는 아빠, 엄마들 모두 화이팅!
특히 아들내미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아 도원이 사진을 첨부하지 않아서, 그래도 잘 나온 사진 중 하나 올려봅니다.
도0 : 아빠? 나는 왜 잘 나온 사진 안 올려?
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