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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Mar 24. 2024

부실공사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이 싫었고 원망스러웠고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었다. 매일 미국에 가는 꿈을 꿨다. 매일밤 비행기를 타고 눈을 뜨면 익숙한 풍경이 보이는 것이 싫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했다. 미래가 없어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없어서. 옆나라 일본도 아니고 제주도도 아니고 미국이라서. 그가 평생 바라왔던 직업을, 미래를 버리라고 할 수 없어서. 나만 왔다.


비행기에서 내내 울었다. 끝을 예감했던 것 같다. 언제 다시 보려나? 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 일주일이 채 안 되었을까. 끝내자고 했다. 이별을 소화할 시간도 없이 그를 만났다. 새로웠다. 심장이 뛰었다. 그래서 계속 만난다. 사랑하냐고? 아닌 것 같다. 서운할 때도 많다. 근데 혼자 있는 게 힘들다. 나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헤어지고 입맛이 없었다. 한 끼도 제대로 안 먹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고 둘러댔는데 그냥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내 기반, 내 반쪽이 사라졌는데 대충 모래로 덮었다. 지금처럼 눈물이 날 때면 와르르 무너진다. 마음을 부실공사했더니 대가가 혹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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