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24, 출국. 지금까지 회사를 두 번 옮겼고 한 번 이사했으며 기차를 전철처럼 타고 다닌다. 영어를 좋아했고 그만큼 노력했다. 물론 한 번에 못 알아들을 때도 많고 눈치로 대답할 때도 있지만, 언어의 장벽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돈의 중요성은 매번 느낀다. 돈으로 국적도 살 수 있는 나라. 모든 것이 돈이고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서울에서도 숨쉬는 것 빼고 다 돈이었는데, 대중교통이 그리 잘 되어 있지 않는 여기는 더 심하다. 내가 사는 곳은 기차도 있고 버스도 30일 무제한 이용권이 있어서 어디든 잘 다닐 수 있는 데도, 차 없는 서러움이 크고 왜 진작 면허를 따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목표가 생겼다. 3년 안에 영주권. 그리고 차. 테슬라를 사고 싶다. 차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테슬라를 항상 동경했다. 몰에 가서 시승을 해보고, 우버로도 많이 타보고, 직장동료 차로도 탑승해 봤는데 보면 볼 수록 너무 좋더라.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데, 모델 3 기준 2만 불. 최신 형이면 3만 불. 전재산 천불인 나는 눈물을 머금는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혼란스럽고 고민도 많았다. 나와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사람.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 지금까지 상실에 대해 직면하지 못했다. 도사리고 있는 어둠이, 슬픔이 두려워 꽁꽁 묻어만 놓았다. 잊은 게 아니라 회피하고 미뤘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웃을 때도 있지만 한켠엔 우리의 2년 반이 아직 살아 있다. 긴 시간이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혹은 그보다 더 치열하게 사랑했다.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 이전 사랑을 잊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급하게 새로운 사람을 찾았고,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함께했다. 일주일에 절반을 붙어 지내며 새로운 감정이 싹트지만, 우리의 시간은 아직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목표가 생겼으니 이루기만 하면 된다. 나는 언제든 방법을 찾아 왔고, 또 그럴 것이다.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감정, 미련, 사랑, 후회 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