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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May 02. 2024

또 다른 고비

지금 직장,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압박이 들어온다.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천주교였던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녔다. 초등학생 때 3년 정도, 세례와 첫 영성체를 받고 학원 스케줄이 바빠지며 자연스럽게 안 나갔다. 스스로 무교라고 생각했다. 신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고 종교에서 깨달음을 찾지도 않는다. 


교회 다니라는 압박은 이전 직장에서도 있었다. 자유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꼭 그렇지도 않더라. 그때는 안 나간다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분들이 내 영주권 여부를 쥐고 있다 보니 거절하기도 어렵다. 이전에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도 다 같은 교회 출신인 걸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미 다음 주 주말에 기도모임에 나가겠다고 해버렸다. 여기서 오래 살고 싶다. 내 상사는 둘뿐인데 다 같은 교회를 다닌다. 참 어렵다. 




내 바운더리를 지키고 싶다.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것도. 내가 싫다고 하면 이유를 캐묻는 게 아니라 존중하고 그만해 줬으면. 내가 종교가 없다고 하면 아 그렇구나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내가 자기 위해 약을 먹는다고 하면 그 약 안 먹으면 안 돼 보다 그래 알겠어 했으면 좋겠다. 이 음식 먹기 싫다고 하면 왜 맛있어 시도해봐 보다 그래 내킬 때 먹어 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지 않을 테니 당신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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