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멩리 Jul 09. 2024

10일간의 휴가, 그리고 후유증

7월 4일은 독립기념일이었다. 목요일이었기에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금요일에 휴가를 내 4일 연휴를 만들었다. 그런데 월화수가 방학이 되면서 또 일을 가지 않아서, 저번주 금요일부터 이번주 일요일까지 10일을 내리 쉬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저번주 금요일에 왔고, 토요일엔 12시간 동안 배를 타고 낚시를 갔다. 일요일엔 바다에서 수영을 했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엔 내 차를 고치고 대청소를 했다. 우리는 금요일부터 주말을 함께 보내고 평일은 각자 공부를 하는데, 내가 일을 가지 않기도 하고 낚시를 새벽 4시에 다녀온 이후로 수면리듬이 망가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면서 10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함께 보낸 시간은 달콤했다. 그가 정말 편해졌고 끈끈한 정이 쌓이는 게 느껴졌다. 뱃멀미 때문에 침을 흘리며 엎드려 자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서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던 그. 내 차 헤드라이트를 열심히 닦던 그. 마스크랑 장갑을 끼고 더운 날씨에도 밀대를 밀던 그. 한국어는 안 배울 것 같다며 나를 속상하게 하더니 "아니요", "네", "더 자", "잘 자", "가자", "괜찮아", "파이팅", "애기" 등 아는 단어가 제법 많아진 그. 








고질병이 있다. 행복한 순간에는 행복만 생각하면 될 걸 이 행복이 사라졌을 때를 걱정한다. 남자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정말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머나먼 땅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생긴 의지할 사람. 내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하고 도와주는 사람. 차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모른다. 목표가 뚜렷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기 때문에.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배움을 좋아하고 야망이 큰, 쭉 뻗은 대나무 같은 사람. 반면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워서 일찍 자고, 돈도 없고, 운전이 무섭고, 타인에게 의지하지만 그 사람이 없어질까 두려워한다. 나는 그가 되고 싶다. 빛나는 그가 되고 싶다.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