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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Jul 25. 2024

그가 없는 생활

그가 미국을 떠났다. 2주 안에 온다고 하더니 3주가 되고 4주가 되었다. 8월 중순에 돌아온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일찍 온다고 하지를 말던가, 괜히 기대했는데.


그는 나 없이도 잘 사는데 나는 그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도 만나고 수업도 들으며 사는데, 하루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타인에게서 즐거움을 그만 찾고 싶다. 그가 없이도 잘 지내고 싶다. 내 루틴을 지키며 살다가 건강하게 다시 만나고 싶다.


고민이 많다. 비자 문제로 생각이 많은데 과제도 많아서 제출 시간 3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끝낸다. 오늘은 일이 너무 하기 싫어 식은땀까지 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에 있고는 싶은데 발전이 없고, 한국에 가면 일은 어떻게 구한다 쳐도 행복하지 않다. 오늘 변호사와 상담을 했는데, 내 상황을 듣고는 "아 네, 저는 이 케이스 못 맡습니다. 다른 변호사 알아보세요." 하더라. 당황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안.녕.히.계.세.요" 힘주어 말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불법체류자 신분도 아니고 합법적인 비자에서 다른 비자로 바꾸는 건데, 축객령을 내리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니 어이가 없었다. 내 케이스가 그렇게 힘든가, 다른 변호사들은 돈 때문에 된다고 말한 걸까, 고민하니 머리가 아팠다. 잠을 자도 피곤하고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다. 매일 누워있고 싶다. 그가 없는 것 뿐인데, 주말을 함께 보낼 이가 없는 것 뿐인데 삶의 이유가 사라진 것 같다. 안다. 사람에게 의존하면 안된다는 걸. 내가 이럴수록 그가 부담스러워 진다는 것. 나는 자랑스러운 연인이 되고 싶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있든 없든 본인에 집중하는 그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 어렵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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