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헬스장 갔다 장 봤다던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 "I'll see you tomorrow" 하더니 급히 삭제했다. 잘못 보낸 건가 싶어 알겠다고 답장을 하던 때, 원래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망했다며 내일 온다 했다. 그다음 날은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미국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L word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1개월 이내에 하면 red flag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고심해서 하는데, 2주 만에 재회했을 때 그는 수줍게 말했다.
"I love you"
나는 항상 내가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기 가족도 있고 직업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의지할 사람이 그밖에 없는 나는 그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내가 더 아쉽다고. 내가 널 더 좋아한다고, 그래서 내가 항상 진다고 말할 때마다, 그는 "we love each other equally. And you said it's not a competition."이라며 웃었다. 그런데, 매일같이 사랑한다며 얘기하는 그를 볼 때, 언제 사랑한다고 깨달았냐는 질문에 나도 기억 안나는 이전 일을 얘기하는 그를 마주할 때, 다투고 나서 항상 그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구나. 그의 말대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구나 느끼게 된다.
줌으로 만나면 실제로 만나는 것보다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거라며 거절하더니, 마음을 바꿔먹었는지 우리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금요일, 잔뜩 긴장한 얼굴로 짧은 한국말을 할 그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비행기에서 걸렸는지 그는 지금까지도 기침을 한다. 코로나 확진 후 어리광이 늘어 내가 아픈데 왜 네가 없냐고 투정을 부린 덕에 2주 동안은 평일에도 그의 집으로 퇴근했다. 없는 재료를 털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었다. 싱거웠지만 미각을 잃은 그는 잘 먹었다.
영주권 절차를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아주 멀지만. 커리어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영주권을 따고 나서 무슨 일을 할까가 걱정이었는데, 계획대로만 된다면 먹고사는 데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내 계획을 듣던 그는 잘 생각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잘 알고 있는 분야라 그의 도움을 계속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