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사랑 넘치는 순간들
1. 아이들은 요즘 늑대 놀이에 푹 빠졌다. 누구 한 명이 늑대가 되어 크앙- 하며 다가가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걸 좋아한다. 늑대 놀이의 시작은 언제나 선생님. "선생님 늑대해줘" 말이 끝나자마자 늑대로 변신하면 작은 얼굴이 보여주는 순수한 기쁨의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2. 낮잠 시간이 끝나가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깬다. 비몽사몽 하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배시시 짓는 웃음을 나는 좋아한다. 내가 묻지 않아도 "수아 잘 잤어" 먼저 대답하는 순간도 좋아한다.
3. 메리는 야리와 달리 나를 졸졸 쫓아다니거나 내 곁에 딱 붙어있지는 않는다. 거리를 두면서도 이따금씩 내게 살포시 기대거나 꾹꾹이를 할 때, 메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는구나 느낀다. 작은 몸을 내 다리에 완전히 기대거나, 발 한쪽을 내 팔에 올릴 때 그 솜털 같은 무게가 내게 더해지는 느낌을 나는 좋아한다.
4. 야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내 부름에 대답하는 거다. 야리! 하고 부를 때 귀여운 송곳니 두 개를 보여주며 냐- 하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5. 남자친구는 정말 즐거울 때 독특한 웃음소리를 낸다. '하하'가 아니라 '힉힉' 이러며 웃는데 그가 그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는 순간을 보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6. 새벽 2시, 3시간 후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짧은 잠을 청하는 시간. 그의 가슴팍에 누워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분명 졸리지 않았는데 어느새 숙면하는 우리.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태아 시절 느꼈던 편안함과 안정감만을 느끼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7. 토요일 저녁 그가 도착했을 때쯤 집 앞을 나선다. 주차했을 곳으로 걸어가면 저 멀리 한 사람이 걸어온다. 그라는 확신이 들 때 뛰어가 한 달을 못 본 사람처럼 안기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8. 고양이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화장실. 서서 이를 닦고 있으면 문 틈 사이로 하얀색, 검은색 발이 삐죽 나와 나를 건드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9. 샤워하고 화장실 문을 열면 얌전히 앉아 나를 기다리는 두 쌍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