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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Sep 26. 2024

데이케어에서 일하며 알게 된 것들

1. 아이들은 정말 보호자를 기다린다.

- 우리 데이케어는 중문이 열리면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밥을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 누가 왔는지 확인한다. 엄마 아빠가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현관 앞을 떠나지 못한다.

- 몇 년씩이나 다니며 잘 적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문이 열리는 소리만 나면 뛰쳐나간다. 엄마가 생각나는지 울기도 하는데 그럴 땐 빨리 주의를 돌린다.

-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놀이는 전화 놀이다. 장난감을 귀에 대고 중얼중얼 말하는데 그 내용은 백이면 백 "엄마, 아빠 빨리 오세요" 다. 가끔은 안쓰러울 정도로 기다린다. 엄마를 찾으며 울면 선생님들은 "엄마 is coming"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면 조금 안정된다.

- 아이들이 보호자를 향해 주는 사랑은 바다보다도 깊고 맹목적이다.


2. 아이들도 다 안다.

- 당연한 소리지만, 아이들은 차별대우에 정말 민감하다. 누가 일찍 가고 누가 간식을 하나 더 받는지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공평하려 노력한다.


3. 다른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의 보호자는 아이가 맞고 다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당하는 아이의 보호자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때린 적이 있는지 묻는다.

- 다른 친구를 때리고 꼬집고 미는 아이들이 있는데, 아무에게나 그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아이에게만 그러는 경우가 많다.

- 맨날 당하는 아이의 부모님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며 "우리 아이가 때리지만 않으면 됐죠"라고 하시지만, 다른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의 부모님은 오히려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한다. 다른 친구들을 때렸다는 말에는 세상 쿨하게 반응하면서 말이다.


4. 아이들은 거짓말을 아주 잘한다.

- 조금 컸다고 거짓말을 아주 많이 한다.

-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혼란을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가 다쳐와 왜 그랬는지를 물었는데, 아이가 "아빠가 그랬어"라고 얘기했다. 그럴 때 선생님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원할 때 넌지시 여쭤보면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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