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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징 Apr 14. 2022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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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전에 잔뜩 혼내고, 네가 울다 자서 엄마 마음이 안 좋네. 엄마도 소리지르기보다는 잘 이야기해야 하는데,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윽박질렀다. 엄마도 항상 서툴고, 노력하지만 부족하구나.

  

  넌 '나도 열심히 하는데 엄마가 몰라준다'고 생각할 것 같아. 아니야. 엄마도 네가 노력하는 걸 알지.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알아. 다만 엄마도 아쉽고 답답한 부분들이 있는 거야. 밀린 영어 숙제가 많은데 만화책을 보고 있으니 어쩌려나 걱정되고, 매번 밤늦게야 공부를 하고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맡긴 내가 잘못인가 싶고 화가 났어. 이젠 너도 12살이니까 너를 좀 더 믿고 스스로 알아서 하게 둬야 하는데 쉽지 않구나.


  내일은 좀 더 너를 믿고 기다려볼게. 엄마는 네 습관을 잘 잡아주고 싶어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가끔 그 잔소리가 네 자율성을 뺏는 것일까 조심스럽다. 손 씻어라, 옷 걸어라, 물병 꺼내라, 준비물 챙겨라, 숙제해라.... 엄마도 잔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니야. 그렇지만 아무 말 안 하면 그건 또 방치가 아닐까 싶고 간섭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엄마도 어렵다. 아무튼 너는 점점 커가니까 엄마도 점점 잔소리를 줄이고, 네 선택을 존중하려 노력할게. 너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하길 바래. 그리고 엄마가 너를 부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엄마는 단지 그 순간 너의 행동을 혼내는 것뿐이야. 엄마는 너를 언제나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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