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 가지에 꽃망울이 생겼어. 곧 벚꽃이 필 건가 봐."
"그러네. 꽃봉오리 생겼다."
"엄마, 우리 아파트는 아직 벚꽃 안 폈잖아. 학교 앞에는 폈던데?"
"학교 앞이 더 따뜻한가? 햇볕이 잘 드나 봐. 우리도 주말에는 필 거 같아."
"벚꽃 피기 시작했다. 여기 봐봐."
"여기랑 저기랑 더 피면 더 예쁘겠다."
"벚꽃이 만발이네. 정말 예쁘다. 그렇지?"
"예쁘다. 엄마는 흰색이 예뻐 저기 분홍색이 예뻐?"
"글쎄, 다 예쁜데. 색보다도 저 나무가 커서 예쁘다"
"그러네. 저 나무 멋지다."
"이런 비가 와서 벚꽃 떨어지겠다."
"엄마, 벚꽃 비가 내려."
"예쁘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대."
"무슨 소원 빌건데?"
아무것도 없던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생긴 날무터 집 앞을 오갈 때마다 아이들과 벚꽃 이야기를 했다. 지난 주말 꽃이 만발하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화요일에 비가 오더니 꽃들이 벌써 많이 떨어져 버렸다. 대신에 초록 잎들이 돋아났다. 초록잎들 사이사이의 벚꽃도 예쁘긴 하지만, 꽃이 가지가지 가득하던 시간은 다소 짧았어서 아쉽다.
예전에는 '벚꽃이 예쁘네.'정도의 단순한 감상뿐이었는데, 마흔이 넘어가니 생각들이 더해진다. 벚꽃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두 번 세 번 더 눈에 담는다. 오늘 이 순간들을 기억에 담고 싶은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스물보다는 서른에, 서른보다는 마흔에 주관적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 피고 지는 꽃들이 더 예뻐 보이고, 매일이 다른 내 아이들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아깝다. 3살 5살 7살의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으니 마음에 새긴다. 예쁜 순간들은 찰나이니 충분히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