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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01. 2024

강의의 진심, 피드백과 인정의 힘

강의를 끝내고도 강의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강의가 축적되고 나니 지금은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보다, 어떤 이야기를 안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때론 강의 후에 타게팅이나 강의내용 선별 등의 아쉬움으로 마음이 힘들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주제가 내가 삶으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맞닿아야 한다.

최근 한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영어교사 컨설턴트 요청에 대해서는 바로 거절했다.

교수평기(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 중 평가와 기록에 초점을 둔 컨설팅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거절이라기보다는 현실인식에 가까웠다. 할 수 있는데 싫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지난주 고입 및 학습 전략 교내 학부모 설명회의 목적은 고입 정보와 학습 방향을 알려드리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와의 만남 이후에는 방향을 몰라서 헤매는 일이 없을 거라는 자만심에 가까운 사명감이 그 시작점이었다. 

설명회 후기를 따로 받지 않았고, 후기나 질문의 통로를 만들어놓지 않았는데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통해 느낌을 전해주시는 학부모님들도 계셨다. 

학생들이 전해 주었던 학부모님들의 메시지 일부...

   

    선생님 강의 감동이었다고 전해달래요.  


    선생님 너무 멋있으신데, 왜 너희 반에는 수업 안 들어오시냐고 하셨어요.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대요.  멋있으시대요.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아껴주고 애쓰시는 분이 없으신 것 같대요.  


    강의자료를 제게 주시면서 처음부터 제발 한 번만 정독하라고 하셨어요ㅠㅠ  


    선생님 프로그램 무조건 하라고 하셨어요. 이미 멘토링도 하고 있는데ㅠㅠ  


    하루 종일 선생님 블로그만 보고 계세요.  

그리고 어떤 학반에서는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갑자기 신청자가 몰렸다. 대부분은 이번 설명회 참석과 상관이 있는 듯했다.

강의의 순작용인지 역작용인지 구분되지 않았지만, 이유야 어떻든 내게 몰려온 학생들을 소중하게 한 명씩 프로그램 명단에 등록했다.

아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주신 어머님들께 너무 감사했다. 

 

그동안의 나의 강의를 돌아보았다.

혹 내 강의는 관심과 인정을 얻으려는 내 개인적인 욕망이 출발점인 건 아닐지...

교회 간증에서도 주의할 것은 간증하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지 않아야 하고, 인간적인 성취에 초점을 두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듣는 이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좌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독교사 전국수련회에서 헌신적인 기독교사 사례 발표를 듣고 너무 은혜로웠지만, 그걸 나의 삶에 적용하는 것은 별개라고, "나는 안 된다"는 선을 긋는 일이 시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칫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걸 해내지 못하면 시작 안 하니만 못한 좌절감으로 힘들어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망설임도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혹 이전의 강의에서 혹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 끝에 올해 1월, 영어1정 연수를 청강했던 둘째 딸에게 그 고민을 이렇게 이야기하며 의견을 물었다.

 

지난번에 너 1정 연수 아빠 강의하는 거 들었잖아 근데 니가 만약 거기 일정 연수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빠 강의를 들으면 좀 기가 죽는다거나 나는 저렇게는 못한다거나, 그러니까 좀 오히려 막 의기소침해지거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겠니? 

혹시 나랑 상관이 없다라든지 저거는 내가 할 거 아니다, 저건 완전 영혼을 갈아 넣어야 되니 나랑 상관없다, 이렇게 생각이 들거나... 

용기를 주는 것보다 오히려 조금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이럴 수 있었을지.

 

내 질문에 대한 딸의 답변

근데 그건 약간 처음부터 꿈이 교사였던 분이랑 그냥 진짜 경제적인 이유로 교사를 하는 분이랑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꿈이었던 분한테는 엄청 힘이 되는 그런 연수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그렇지 않다면 약간 약간 거리감 있는 내용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만약에 예비교사나 교사 입장이었다면 나도 막 저렇게 열심히 갈아 넣어야만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기보다는 일단은 자부심이 약간 생길 것 같아요. 사교육을 배제하고 교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런 거 되게 강조하는 내용을 말하잖아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뭔가 그쪽 방향에 대해서 일을 하는 거에 대해서 가치 있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제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어요.  늘 아빠한테 듣는 이야기였고 삶으로 겪었던 일이어서요.

 

교육청 학부모 영어 자기주도학습 강의 청강했던 영어교사인 고등학교 제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해서 받은 답변의 일부

근데 저는 제가 받아봤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에도, 최근에 강연으로도 쌤의 교육을 받아봤고 그리고 제가 하나하나 실천하는 중이잖아요. 부족하지만 그래서 저는 그게 이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거라는 것도 알아요.

샘은 그냥 이론만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샘이 수업하시는 자료도 다 주시고 이렇게 이렇게 따라 하면 된다라고 하니까 저는 그 강의를 들으면서 오히려 "이거는 내가 해봐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었거든요. 

선생님들을 모셔놓고 그냥 저는 이렇게 초보 애들한테는 발음 수업을 하고 문법은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고 했으면, 저도 "저거 그냥 저 선생님만 가능한 거 아니야. 선생님이 똑똑하니까 가능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근데 선생님이 자료도 주시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해봐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었거든요. 저는 그래서 선생님들이 그거는 본인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또 다른 영어교사 고등학교 제자의 답변

뭔가 그런 건 있죠. 약간 내가 저렇게 되지는 못하겠다 그런 건 있죠. 근데 이제 1부터 10까지 중에 내가 한 4-5까지만 따라가도 진짜 멋진 선생님이 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은 하죠.

저는 근데 부디 저희 학교에도 그런 선배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어요.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데, 설령 그게 내비게이션에서 그친다고 하더라도 그게 상당히 유의미한 게 아닌가 해요. 뭔가 따라가는 거는 각자의 몫이고 학생들도 수업을 듣고 따라가는 건 각자의 몫이 있듯이 교사들도 다 그렇지 않을까요? 뭔가 먼저 가신 선생님, 그리고 또 생각보다 흔한 가치관은 아니잖아요. 본질과 진리지만 아무도 그거를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딸과 제자들에게서 완벽하게 객관화된 피드백을 기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냥 다 믿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늘 조심스러운 것은, 누군가의 앞에 서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며, 그 자리에서 사소해 보이는 한 마디의 영향력도 과소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고, 좋은 의도였다고 합리화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강의 전에도, 강의 중에도, 강의 후에도 세밀하게 반응을 살피려 한다. 학교 수업에서 그러해야하는 것처럼...

 

심지어 최근 연수 참석 선생님 중에 내 블로그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더 본질적인 강의와 블로그의 목적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되었다.

우연한 경로로 알게 된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모든 장면을 귀하게 대하시는 장문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쇼츠와 숏폼으로 가득 찬 시대에, 정성스럽게 쓰여진 (그것도 누군가를 위해) 글의 소중함을 새삼 느낍니다. 단어 하나하나 신경 쓰시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칭찬과 격려가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한 동기와 지속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감사하는 마음이 차올랐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블로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반응을 마주하게 되니 내가 이러려고 블로그를 하는 거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고등학교 자기주도영어학습법을 마치고 나서 교감선생님께 강의 후기 블로그 글을 공유하면서 초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때,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470714084

교감선생님께서는 이렇게 과분한 반응을 주시기도 했다.

영어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우리말도 이렇게 쉽게 표현하면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뛰어나신 문장력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문장력이 뛰어나신 게 아니라 표현하신 모든 감정들이 실제로 그만큼 세심하게 느끼셨기 때문이리라 생각이 되고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저도 학생들을 대하면서 똑같이 느꼈던 감정들, 그렇게 얘기해 주고 싶었던 부분들에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선생님만큼 표현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합니다만,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진심으로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결국 이런 칭찬과 관심과 인정 등의 결과가 애초에 나의 모든 강의와 블로그의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반응들에 이미 중독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이후에 이런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지속할 수 있는 의지와 의욕도 없지 않을까...걱정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이런 칭찬과 격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오늘까지 이 모든 활동을 계속 지속해왔을지조차도 확신이 없다. 

그러니 난 많은 분들께 꽤 많은 빚을 지고, 은혜를 입었다.

그러면서 하는 다짐들... 쉽지 않으니까 다짐이겠지만, 그래서 더 애써야 할 일들...  

    어느 정도의 관종에서는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부정적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서 내 목소리와 글이 닿는 곳에 조심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  


    의도했던 성과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냥 그 순간의 최선과 진심을 전하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  


    그렇게 내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감격하며 목소리로든 글로든 모임의 규모나 반응에 좌우되지 않고 본질을 지켜나가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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