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과 화성 사이 단테 그 어디쯤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27
사랑과 전쟁은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단테는 찬란한 금성의 하늘에 발을 디뎠다. 그곳은 생전에 뜨거운 애욕을 신성한 박애로 승화시킨 영혼들이 장미빛 불꽃이 되어 춤추는 곳이었다. 단테의 영혼은 그 부드러운 온기에 녹아들며, 사랑이야말로 우주를 움직이는 유일한 힘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이어 도달한 화성의 하늘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핏빛처럼 붉은 광채 속에서, 신념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던 순교자들이 거대한 빛의 십자가를 이루고 있었다. 단테는 혼란에 빠졌다. 부드러운 사랑과 서슬 퍼런 투쟁은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두 하늘의 떨림이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단테에게 울려 퍼졌다.
“단테여, 사랑하는 것과 싸우는 것은 결코 다르지 않다. 진실로 사랑하는 자는 그 대상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전사가 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의 심장엔 뜨거운 애끓음이 요동친다.”
금성의 다정함과 화성의 강인함이 교차하는 순간, 단테는 깨달았다. 방향이 같을 때 사랑은 용기가 되고, 투쟁은 숭고한 헌신이 된다는 것을. 그는 이제 사랑하는 마음으로 싸울 준비가 된 채, 더 깊은 천상의 신비를 향해 나아갔다.
· · ·
금성이 동쪽 하늘을 웃게 만들었다. 사랑을 북돋우는 아름다운 행성. 단테는 연옥의 새벽에 금성을 보았다. 그 빛이 동쪽 하늘 전체를 웃게 했다. 하늘이 웃는다. 금성의 빛이 닿으면 하늘이 웃는다. 사랑이 닿으면 세상이 웃는다.
사랑을 북돋우는 아름다운 행성이
동쪽 전체를 웃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의 호위 속에 있는 물고기자리를 가리며.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금성의 하늘에서 사랑으로 불탔던 영혼들을 만난다. 그들은 지상에서 뜨겁게 사랑했으나 때로 그 방향이 어긋나 방황하던 자들이다. 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죄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 향하는 목적지였다. 결국 그들은 신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내어 정화된 빛이 되었다. 잘못된 길을 지나 마침내 진실한 사랑의 귀결점에 도달한 것이다.
신성한 빛이 내 위에 집중된다,
내가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이것을 통해 뚫고 들어와,
그 힘이 내 봄과 결합하여
나를 나 자신 위로 너무 높이 들어올려, 나는 본다
그것이 흘러나오는 최고의 본질을.
이로부터 내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쁨이 온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8곡 — 카를로 마르텔로
쿠니차가 말한다. 별의 빛이 나를 이겼다고. 금성의 영향을 받은 자. 사랑에 휩쓸린 자. 그러나 그녀는 기쁘게 자신을 용서했다. 괴롭지 않다고.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그러나 그것이 천국의 논리였다. 자신의 본성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신을 향해 돌린 자. 그 자가 금성의 하늘에 있었다.
나는 쿠니차라 불렸다, 그리고 여기서 빛난다
이 별의 빛이 나를 이겼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기쁘게 내 자신에게 용서한다
내 운명의 원인을, 그리고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9곡 — 쿠니차
폴코가 말한다. 나는 디도보다 더 불탔다고. 디도보다 더 뜨겁게 사랑했던 자. 그러나 그 불꽃이 결국 신을 향했다. 금성의 하늘은 그런 영혼들로 가득했다. 지상에서 가장 뜨겁게 사랑했던 자들. 그 열기가 방향을 찾아 천국에서 빛이 된 자들.
사랑의 불꽃이 클수록 천국에서 더 밝게 빛난다.
· · ·
단테가 화성의 하늘에 닿았다. 그 하늘은 붉은 빛으로 타올랐다. 불 속에서 단련된 칼. 그것이 화성의 영혼들이었다. 믿음을 위해 싸운 자들. 순교한 자들. 십자군 전사들. 그들의 빛이 칼처럼 서로를 밝혔다. 금성의 불꽃이 사랑의 불꽃이었다면, 화성의 불꽃은 전쟁의 불꽃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같았다. 사랑. 믿음을 위한 싸움도 결국 사랑에서 나왔다.
그렇게 나는 거기서 더 많은 빛들이
두 빛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불 속에서 단련된 칼들처럼
서로 닿을 때 서로를 밝히며.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4곡
화성의 하늘에서 단테는 증조부 카치아귀다를 만난다. 십자군 전쟁에서 신념을 위해 투쟁하다 순교한 그는 천국의 문을 두 번 통과한 숭고한 영혼이다. 카치아귀다는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이 죽음을 건너기 전, 살아서 이 높은 하늘에 도달한 경이로움을 찬탄한다. 투쟁의 붉은 빛 속에서 조상과 후예는 신앙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어 뜨겁게 마주한다.
오 나의 가지여, 내가 기다리며
기뻐했던, 나는 너의 뿌리였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5곡 — 카치아귀다
“나는 너의 뿌리였다.” 카치아귀다의 말은 나무의 언어였다. 조상은 뿌리가 되고 후손은 가지가 되어 하나의 생명을 이룬다. 카치아귀다는 검을 들고 믿음을 위해 싸웠고, 그 투쟁은 단테라는 가지를 키워낸 자양분이 되었다. 단테는 붓을 들어 글로써, 문장으로써 싸웠다. 방법은 달랐으나 두 싸움은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하나의 신념이었다.
비록 얼굴은 마주한 적 없으나 단테는 모든 핏줄 속에서 그를 느낀다. 흙에 가려진 뿌리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어도, 하늘로 뻗은 가지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 · ·
카치아귀다는 단테의 추방을 예언했다. 화성의 전사가 후손에게 칼의 전쟁이 아닌 고독의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타향의 빵이 얼마나 짠지, 타인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지 말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켜야 할 신념을 위한 전쟁이었다. 화성의 붉은 하늘 아래 울려 퍼진 이 패배 같은 승전보는, 단테가 짊어질 고독한 투쟁의 서막이었다.
나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떠나야 할 것이다.
이것이 추방의 활이 먼저 쏘는 화살이다.
너는 타인의 빵이 얼마나 짠지,
그리고 타인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알게 될 것이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7곡
그냥 가려운 곳을 긁게 내버려 두어라.
왜냐하면 네 목소리가 처음 맛에는 불편하더라도,
소화되고 나면
생명을 주는 양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7곡
· · ·
단테는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만물을 움직이는 거대한 섭리를 목격한다. 모든 별이 하나의 사랑에서 비롯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랑으로 타올랐던 금성도, 믿음으로 투쟁했던 화성도 그 질서 안에 존재한다. 카치아귀다의 추방 예언, 쿠니차의 고백, 폴코의 뜨거운 열기까지 — 이 모든 파편은 결국 '사랑'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있다. 사랑의 불꽃과 전쟁의 칼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문장을 완성하는 하나의 필연이었다. 단테는 그 갈등과 화해의 총합이 곧 신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높은 상상력도 여기서 힘을 잃었다.
그러나 이미 내 욕망과 의지는
균일하게 움직이는 바퀴처럼 돌고 있었다,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그 사랑에 의해.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3곡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금성도 화성도 그 사랑이 움직인다. 사랑의 별도, 전쟁의 별도 같은 힘이 움직인다. 단테는 그것을 보았다. 《신곡》의 마지막 문장에서. 모든 별이 하나의 사랑에서 움직인다. 금성과 화성이 반대처럼 보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는 것을.
사랑하는 자는 싸운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싸울 이유가 없다. 지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카치아귀다는 믿음을 사랑했기 때문에 싸웠다. 단테는 진실을 사랑했기 때문에 썼다. 쿠니차는 사랑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에 불탔다. 그들은 모두 금성과 화성의 자녀들이었다. 사랑과 전쟁은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그 뿌리의 이름은 사랑이다.
그렇게 나는 거기서 더 많은 빛들이
두 빛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불 속에서 단련된 칼들처럼
서로 닿을 때 서로를 밝히며.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4곡
단테가 천국에서 본 것은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들이었다. 사랑하기에 부조리에 분노하고, 사랑하기에 고독한 추방의 길을 견디며 문장을 휘두른다. 금성의 열정과 화성의 투쟁은 내 안에서도 여전히 소용돌이치고 있다.
지금 내가 마주한 이 싸움은 결코 공허한 몸부림이 아니다. 내 곁의 온기를 지키기 위한,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더 큰 사랑을 향한 필연적인 발걸음이다. 사랑과 싸움은 방향이 같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된다. 지금 나의 투쟁이 향하는 곳, 그 끝에는 반드시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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