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단테 신곡 사이 그 어디쯤테 신곡 사이 그 어디쯤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26
나무는 두 방향으로 산다.
뿌리는 아래로 내려간다. 가지는 위로 뻗는다. 같은 생명이 동시에 두 방향을 향한다. 어둠 속으로 깊이 내려갈수록 빛을 향해 더 높이 오를 수 있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바람에 쓰러진다. 가지가 없는 나무는 빛을 받지 못한다. 나무는 그 두 방향의 긴장 속에서 산다.
단테의 《신곡》은 나무를 닮았다.
지옥은 뿌리였다. 가장 어두운 곳, 가장 깊은 곳, 땅 아래로 내려가는 것.
연옥은 줄기였다. 어둠에서 빛으로 이어주는 것, 정화의 과정, 천천히 위로 자라는 것.
천국은 가지였다. 빛을 향해 뻗는 것, 별들을 향해 오르는 것. 단테는 나무를 알았다. 지옥에서 나무는 고통의 형상이었다. 연옥에서 나무는 유혹과 정화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천국에서 나무는 생명 자체의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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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제7원. 자살한 자들의 숲이다. 초록 잎이 없다. 매끄러운 가지가 없다. 열매가 없다. 대신 어두운 잎, 뒤틀린 가지, 독이 든 가시들. 이 나무들은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니다. 자살한 자들의 영혼이 나무가 된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그래서 나무의 형태를 얻었지만 나무의 생명은 얻지 못했다.
초록 잎이 아니라 어두운 빛깔의 잎,
매끄러운 가지가 아니라 매듭지고 뒤틀린 가지,
열매가 아니라 독이 든 가시들.
— 단테, 『신곡』 지옥편 제13곡
단테가 그 가지를 꺾었을 때 피가 흘렀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나를 꺾느냐고. 그것이 지옥의 나무였다. 겉은 나무이지만 안은 인간이었다. 뿌리를 내릴 수 없고, 가지를 뻗을 수 없고, 꽃을 피울 수 없는 나무. 형태는 있지만 방향이 없는 나무.
나무가 나무이기 위해서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뿌리는 아래로, 가지는 위로. 그 방향을 잃은 나무는 지옥의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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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의 나무는 거꾸로 서 있었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어지는 나무. 그것은 보통 나무와 반대였다. 하늘에 뿌리를 두고 땅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 단테는 이 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그 안에 의미가 있었다. 진정한 생명의 뿌리는 하늘에 있다. 땅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우리는 길 한가운데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향기롭고 좋은 열매들이 달린,
전나무처럼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 단테, 『신곡』 연옥편 제22곡
거꾸로 선 나무, 그것이 연옥의 진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방향이 뒤집혀야 할 때가 있다. 내려가는 것이 실은 올라가는 것일 때. 좁아지는 것이 실은 깊어지는 것일 때. 나무의 방향이 바뀌어야 영혼의 방향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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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의 완성. 단테는 새로운 나무가 되었다. 겨울을 견디고 새순을 틔운 나무. 지옥의 뒤틀린 나무도 아니고, 연옥의 거꾸로 선 나무도 아닌 — 새로 태어난 나무. 별들을 향해 오를 준비가 된 나무. 나무는 겨울에 죽지 않는다. 잎을 떨구고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봄을 만든다. 단테도 그랬다. 지옥의 어둠 속에서, 연옥의 가파른 층계에서, 그는 기다렸다. 정화되었다. 그리고 새잎을 냈다.
나는 가장 거룩한 물결에서 돌아왔다.
새로운 잎으로 새롭게 된
어린 나무들처럼 다시 태어나
순수하게, 별들을 향해 오를 준비가 되어.
— 단테, 『신곡』 연옥편 제33곡
새로운 잎으로 새롭게 된 어린 나무. 그것은 상처가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상처가 난 바로 그 자리에서 기어이 새살이 돋아난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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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첫 번째 나무. 빛으로 이루어진 나무. 화성의 하늘에서 빛들이 십자가를 이루었다. 수직의 빛과 수평의 빛이 만나는 자리. 그것은 나무의 형상이었다. 뿌리와 가지가 만나는 자리.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 단테는 그 빛의 나무 위에서 영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나는 거기서 더 많은 빛들이
두 빛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불 속에서 단련된 칼들처럼 서로를 밝히며.
…십자가를 통해 하나의 선율이 모여들었다,
그 찬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나를 사로잡는.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4곡
빛의 나무 위에서 노래가 울렸다. 영혼들이 빛의 십자가, 빛의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노래했다. 그 노래를 단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로잡혔다.
나무의 언어를 인간이 다 이해하지 못하듯이. 그러나 봄에 새잎이 돋는 것을 보면 가슴이 움직인다. 이해 이전의 감동. 그것이 천국의 나무가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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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하늘. 빛들이 모여 독수리를 이루었다. 그것은 정의의 나무였다. 빛들이 글자를 이루었다. 정의를 사랑하라, 땅을 심판하는 자들이여. 그 글자들이 빛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그 빛들이 모여 독수리의 형상이 되었다. 독수리는 나무 위에 앉는 새다. 가장 높은 가지에. 가장 멀리 보는 눈으로.
'정의를 사랑하라', 먼저
그림 전체의 동사와 명사가 되었다.
'땅을 심판하는 자들이여', 마지막이었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18곡
나무와 새는 하나다. 나무가 없으면 새가 앉을 곳이 없다. 새가 없으면 나무의 씨앗이 퍼지지 않는다. 천국의 빛들은 나무이면서 동시에 새였다. 뿌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날았다. 고정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자유로웠다. 그것이 천국의 나무가 가진 역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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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레오의 흰 장미. 모든 나무의 꽃. 수천의 영혼들이 그 꽃잎 위에 앉아 있었다. 천사들이 벌처럼 그 꽃 사이를 날아다녔다. 온 우주가 하나의 꽃나무였다. 지옥의 뒤틀린 나무에서 시작한 여정이 여기까지 왔다. 독이 든 가시에서 흰 장미의 꽃잎으로. 어두운 숲에서 빛의 정원으로.
영원한 장미의 노란 중심 속으로,
계단처럼 펼쳐지고 넓어지며
영원히 봄인 태양을 향해 찬양의 향기를 내뿜는,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보라, 흰 옷을 입은 무리가 얼마나 많은지!'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0곡
그 장미는 계절이 없었다. 언제나 봄이었다. 언제나 피어 있었다. 지지 않는 꽃. 시들지 않는 나무. 그것이 천국의 나무였다. 지옥의 나무가 영원히 뒤틀려 있듯, 천국의 나무는 영원히 피어 있었다. 영원의 방향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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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강. 빛의 강. 그 강둑에 봄이 있었다. 살아 있는 불꽃들이 꽃들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금이 둘러싼 루비처럼. 그것은 나무와 꽃과 빛이 하나가 된 풍경이었다. 지옥의 숲에서는 가지를 꺾으면 피가 흘렀다. 그러나 천국의 강둑에서는 빛이 꽃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상처가 없었다. 고통이 없었다. 오직 순환만 있었다. 들어가고 나오고, 피고 지고, 오르고 내리는 영원한 순환.
그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다,
사랑으로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을.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3곡
나무도 그 안에 있다. 지옥의 뒤틀린 나무도. 연옥의 거꾸로 선 나무도. 천국의 빛의 십자가도. 엠피레오의 흰 장미도. 그 모든 나무들이 사랑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있다. 뿌리와 가지와 나이테와 새잎이 모두 하나의 사랑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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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신곡》을 쓰는 데 20년이 걸렸다. 추방당한 1302년부터 죽은 1321년까지. 그 20년이 《신곡》의 나이테다. 지옥을 쓰던 해, 연옥을 쓰던 해, 천국을 쓰던 해. 그 모든 해들이 문장 속에 새겨져 있다.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잎을 키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에 기다린다. 그 순환을 반복하며 자란다. 한 해에 하나의 나이테. 서두른다고 더 빨리 자라지 않는다.
새로운 잎으로 새롭게 된
어린 나무들처럼 다시 태어나
순수하게, 별들을 향해 오를 준비가 되어.
— 단테, 『신곡』 연옥편 제33곡
커피가 식지 않은 지금의 따뜻함으로. 나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글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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