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단테 신곡 사이 그 어디쯤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25
피었다가 진다.
그러나 그 짧은 생애 안에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다. 꽃은 아름다움과 소멸을 동시에 말한다. 피어 있는 동안에도 이미 지고 있다. 그 역설이 꽃을 꽃이게 한다.
지옥에는 꽃이 없었다. 연옥의 산기슭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천국에서는 온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되었다. 단테의 여정은 꽃 없는 곳에서 꽃으로 가득한 곳으로 걸어가는 여정이었다. 꽃은 단테에게 단순한 자연이 아니었다. 영혼의 상태였다. 방향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 신의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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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없는 공기. 꽃 없는 땅. 단테가 지옥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는 빛이 없었다. 별이 없었다. 그리고 꽃도 없었다. 꽃은 빛이 있어야 핀다. 흙이 있어야 뿌리를 내린다. 계절이 있어야 때를 안다. 그러나 지옥에는 그 어느 것도 없었다. 빛도, 흙도, 계절도. 그러니 꽃이 필 수 없었다.
거기서 한숨들, 울음들, 높은 통곡들이
별 없는 공기 속에 울려 퍼졌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눈물을 흘렸다.
— 단테, 『신곡』 지옥편 제3곡
꽃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성장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옥의 영혼들은 생전의 순간에 영원히 갇혀 있다. 그들에게는 봄이 오지 않는다. 씨앗이 싹을 틔우지 않는다. 꽃이 피지 않는다.
지옥의 문에 새겨진 말처럼 —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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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빠져나온 단테가 처음 본 것. 별이었다. 그리고 꽃이었다. 사파이어빛 하늘. 죽은 공기에서 벗어난 첫 숨. 단테는 그 순간을 이렇게 썼다. 눈에 다시 기쁨이 왔다고. 지옥에서는 기쁨이 없었다. 눈이 슬펐다. 그러나 연옥의 하늘을 보는 순간 — 기쁨이 돌아왔다.
동방의 사파이어처럼 달콤한 빛깔이,
첫 번째 하늘까지 순수하게
고요한 하늘의 한가운데 모여들며,
내 눈에 다시 기쁨을 주기 시작했다,
내 눈과 가슴을 슬프게 했던
죽은 공기에서 벗어나자마자.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그리고 연옥의 기슭에는 꽃이 있었다. 베르길리우스가 연옥의 풀밭에서 단테의 얼굴을 씻겼다. 이슬이 태양과 싸우는 곳. 풀밭. 그 풀밭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꽃이 피는 땅이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 풀밭의 이슬로 단테의 얼굴에서 지옥의 때를 씻어냈다. 지옥이 숨겼던 빛깔을 되찾아 주었다. 꽃이 피는 땅의 이슬로 씻기는 것. 그것이 연옥의 시작이었다. 정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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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앞서 가고 몸은 머무는 사람들. 그것이 연옥의 영혼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꽃의 모습이기도 하다. 꽃은 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하늘을 향해 핀다. 몸은 흙 속에 있지만 마음은 빛을 향한다. 연옥의 영혼들은 꽃을 닮았다.
나는 사람들이 눈썹까지 강 속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큰 강이 홀로
내 너머 아름다운 백합을 향해 흐르는 것 같았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0곡
천국의 강. 그 너머에 백합이 있다. 백합. 순수함의 꽃. 천국의 강 너머에 백합이 있었다. 단테는 그것을 보았다. 정화의 끝에 있는 꽃. 연옥의 이슬 맺힌 풀밭에서 시작하여 천국의 백합으로 이어지는 꽃의 여정.
꽃은 정화의 표시다. 영혼이 맑아질수록 꽃이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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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데 톨로메이의 말이다. 시에나가 나를 만들었고. 꽃이 피는 도시. 토스카나의 언덕. 그 아름다운 곳에서 피아는 태어났다. 그러나 마렘마가 나를 망쳤다. 습지. 꽃이 피지 않는 땅. 그곳에서 그녀는 죽었다. 피아의 생애는 꽃의 생애와 같다. 아름다운 땅에서 피어났다가 척박한 땅에서 졌다.
"나를 기억해 다오, 나는 피아라오.
시에나가 나를 만들었고, 마렘마가 나를 망쳤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5곡
꽃은 진다. 그러나 향기는 남는다. 기억이 그렇다. 사람은 사라지지만 그가 남긴 향기는 남는다. 문장이 그 향기를 붙잡는다. 피아의 꽃은 졌다. 그러나 단테의 문장 속에 그 향기가 남았다. 7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두 줄이 살아 있다. 꽃과 문장은 같은 일을 한다. 아름다움을 잠시 붙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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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가 처음 나타났을 때 꽃이 있었다. 흰 베일. 올리브 가지. 초록 망토. 살아 있는 불꽃빛 옷. 베아트리체는 꽃처럼 나타났다. 흰색과 초록과 붉은색. 그것은 봄의 색이었다. 꽃의 색이었다. 그리고 단테의 영혼은 눈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느꼈다. 오래된 사랑의 위대한 힘을.
흰 베일 위에 올리브 가지를 두르고
초록 망토 아래, 살아 있는 불꽃빛 옷을 입은
한 여인이 내게 나타났다.
그리고 내 영혼은…
오래된 사랑의 위대한 힘을 느꼈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30곡
꽃은 눈으로 보기 전에 먼저 느껴진다. 향기로. 공기의 변화로. 봄이 오는 것을 꽃이 피기 전에 먼저 느끼듯이. 사랑도 그렇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영혼이 먼저 안다. 베아트리체는 꽃이었다. 단테의 봄이었다. 그리고 그 봄은 지옥을 통과하고 연옥을 오른 끝에야 비로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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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천국에서 본 것. 온 우주가 하나의 꽃이었다. 수천의 영혼들이 그 꽃잎 위에 앉아 있었다. 천사들이 벌처럼 그 꽃 사이를 날아다녔다. 온 우주가 하나의 꽃이었다. 지옥에는 꽃이 없었다. 연옥의 기슭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 온 우주가 하나의 장미가 되었다.
그러므로 흰 장미의 형태로
거룩한 군대가 내게 나타났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피로 신부로 삼은.
그러나 다른 무리는, 날면서 보고 노래하며…
꽃밭에서 꽃을 따다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벌 떼처럼,
많은 꽃잎으로 장식된 그 큰 꽃 속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그들의 사랑이 언제나 머무는 곳으로 올라갔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1곡
꽃 없는 곳에서 시작한 여정이 꽃 자체가 되는 것으로 끝났다. 흰 장미. 그것이 단테가 본 신의 형상이었다. 사랑의 형상이었다. 꽃이 신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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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으로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있다. 꽃도 그 안에 있다. 피었다가 진 모든 꽃들이. 시에나에서 피었다가 마렘마에서 진 피아의 꽃도. 연옥의 기슭에서 이슬을 머금었던 풀꽃도. 천국의 흰 장미도. 그 모든 꽃들이 사랑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있다.
그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다,
사랑으로 한 권의 책 속에 묶여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을.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3곡
꽃은 진다. 그러나 그 꽃이 피었다는 사실은 영원하다. 사랑으로 묶인 우주의 책 속에 기록되어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흩어지지 않는다. 사랑이 그것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꽃이 피고 지는 것. 그것이 슬프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진 꽃도 사랑 속에 남아 있다.
꽃은 묻지 않는다. 왜 피어야 하는지를. 얼마나 오래 피어 있어야 하는지를. 누가 보아주는지를.
자신이 심긴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빛으로. 자신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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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은 꽃의 여정이다. 꽃이 없는 지옥에서 시작하여, 이슬 맺힌 풀밭을 지나, 연옥의 산을 오르며 꽃이 피고,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온 우주가 하나의 흰 장미가 되는 여정. 그 여정의 끝에서 단테는 보았다.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으로 묶여 있다는 것을. 꽃이 피고 지는 것도 그 사랑 안에 있다. 봄이 오고 가는 것도. 사람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도.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 기록되어 있다.
꽃은 가장 짧은 언어로 가장 긴 말을 한다. 단테도 그렇게 썼다. 지옥에서 천국까지. 어둠에서 빛까지. 꽃 없는 곳에서 흰 장미까지. 그 긴 여정이 결국 말하는 것은 하나다. 사랑.
그러므로 흰 장미의 형태로
거룩한 군대가 내게 나타났다.
— 단테, 『신곡』 천국편 제31곡
오늘 나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어디를 향해 피고 있는가.
글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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