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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레지나 Aug 18. 2024

나잇값이 얼마인가요? 계산하게 해 주세요


혼란스러운 나이다. 한국나이로 29, 어리다고 해도 왠지 갸우뚱하고 늙었다고 하기엔 여전히 20대라 애매한. 일하며 어른들을 만날 때는 한없이 어린애처럼 느껴져 자괴감이 들다가도 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의젓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고 하면 아직도 23,4에 멈춰 있는 기분 탓일 테다. 25세에 코로나가 찾아왔고 그 후 몇 년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눈 깜짝할 새 서른을 앞두게 된 심정은, 아니 왜 이렇게 난 아직도 어린애 같은 기분이 드는 거지?


스무 살 무렵 스물셋, 넷 언니들만 보아도 무척 어른스러워 보이고 멋있게만 보였다. 코로나 이후 3-4년 간을 뺏긴 듯한 기분이 억울하기도 한데, 돌이켜보면 그동안 꽤 많은 걸 해내긴 했다. 그러니까 겉으로만 보면 꽤 그럴싸한 어른이라는 건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몸서리치게 손발이 오그라든다. 여전히 집에 어른 계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없다고 대답하는 나, 깜찍한 잠옷을 입고 인형을 껴안고 잠드는 나, 엄마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짱구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 그때 그 언니들도 그랬을까?


하나 둘 결혼하는 동창들의 소식을 들으며 그들과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로부터 무언가 성장을 하긴 했는데, 그러니까 정확히 어떤 게 발전했는지 알기 힘들다. 열아홉의 나도 나고, 스물아홉의 나도 나다. 어린애 같은 내 모습도, 일 할 때의 그럴싸한 모습도 전부 나. 생각해 보니 혼란스러울 필요는 없겠다. 엄마 아빠에게 나는 계속 어릴 테고 내 동생에게 나는 늘 언니일 테니까 늘 해왔던 대로 살면, 어린 시절의 나처럼 나를 어른스럽게 여겨주는 어린 여자애들이 또 있겠지. 그리고 나를 계속해서 귀엽게 여겨주는 언니들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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