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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ineer Nov 06. 2022

Once Upon a Time in Toronto

캐나다 토론토 국제공항... 대한항공 비행기가 도착하는 90년대 어느 날 


성인도 들어갈 만한 커다란 가방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토론토 공항 2번 터미널은 정체 불명의 지독한 냄새로 가득 찼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생전 처음 대하는 이 고약한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두리번거리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황급히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가방의 주인들은 연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종이타월을 한 다발씩 가지고 나와 옷가지며 가방에 있던 물건에 튀긴 거무튀튀한 국물을 닦아 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래전 대한항공이 도착하던 어느 날 캐나다 토론토 국제공항을 온통 눈이 아릴 만큼 독한 냄새로 마비상태에 몰아넣었던 웃지 못할 사건의 한 토막이다.


미국은 흔히 자국을 커다란 멜팅팟(melting pot)에 비교하는 반면 캐나다는 모자이크 사회란 말로 표현한다. 즉 수많은 민족들이 각기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산다는 뜻이다. 특히 토론토는 세계 각국 100여 나라에서 온 수많은  민족들이 어우러져 사는 그야말로 커다란 유엔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토론토에선 남미의 유명한 각종 고기 바비큐에서부터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 나라의 고유한 음식들을 쉽게 접 할 수 있다. 이런 관계로 토론토 공항에서는 가끔 특이한 음식을 몰래 가지고 들어오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유럽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들어오는 것 중 하나가 소시지 종류인데, 때로는 냄새가 고약한 것도 있어 그 독한 냄새 때문에 들통이 나기도 한다.  토론토 공항 2번 터미널을 완전히 마비상태로 몰고 간 사건도 우리나라의 특이한 식문화 때문에 생긴 일화인데 냄새의 진도로 따지면 아마 최상급의 사건일 것이다. 


그날 오후 캐나다 연방 정부에 근무하고 있는 P 씨는 일지감치 공항에 나가 미리 예약해 놓은 리무진 버스와 만약을 대비해(짐 가방이 많을 경우) 준비한 화물용 봉고차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었다.  이 년 전 캐나다는 한국에 수백억 달라의 공사를 수주하였고 계약의 일부로 한국 엔지니어들을 초빙해와 캐나다에서 1 ~ 2년 단위로 교육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준비할 물건들을 하나하나  목록화해서 보내 주었고, 특히 된장, 고추장 등등 음식 종류는 토론토에서 다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고 올 필요가 없다는 점을 특별히 더 강조하였다. 당시 토론토에도 6-7만이 넘는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었고 각종 장 종류, 밑반찬, 젓갈, 고추가루 등등 모두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음식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누누이 설명했다. 

그랬는데.........


70여 명이 넘는 대 가족이 대한항공편으로 토론토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리무진 버스와 운송 회사에 도착 일정을 알려주고 공항으로 나갔다. 이미 서울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을 통해 토론토 공항 이민국에 협조 요청을 부탁하는 공문을 띄워 놓은 덕분에 70여 명이나 되는 대부대지만 이민, 세관 심사 등이 쉽게 처리되었다. 모두들 공항 로비 한자리에 모여 인원수 점검, 짐가방 점검 등을 하느라고 부산을 떠는데 어디서 익숙한 독한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들을 보며 난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애써 모르는 척하다가 그중에 하나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커다란 짐가방을 열고는 주섬주섬 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말릴 사이도 없이 그가 꺼내 논 것은 비닐봉지에 겹겹이 쌓은 커다란 뭉치였다. 비닐 사이로 거무튀튀한 국물이 배어져 나와 있었다. 장시간 비행기 화물칸 안에서 비닐봉지 속 음식물이 그만 발효하며 부피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었다. 당황한 그 친구 조심조심 겹겹이 쌓인 비닐을 베끼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검은 국물이 온 사방 데로 튀면서 마늘장아찌가 우르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으악! 그 지독한 냄새! 

순식간에 토론토 공항 제2 터미널은 대한민국의 고유 음식인 마늘장아찌 공장으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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