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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ineer Dec 09. 2022

Once Upon a Time in Toronto

캐나다 엄마 낸시 이야기

“아이구, 매거워!”

낸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둘러앉아서 김치를 담고 있던 여자들은 한바탕 웃음소동을 벌렸다.

“낸시, 매거워가 아니구 매워래니까.... 매워, 매워.” 

“매워, 매워, 아이구 매워...”

매워서 눈물이 흐르는 것도 닦을 수 없는 낸시는 매워만 연발하면서 부지런히 배추에 양념을 집어넣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도착하는 딸 수미를 생각하니 어제 전화에서 수미가 한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It's you Mom. You’re my Mother......"(당신이 제 엄마예요, 제 엄마예요…)

낸시가 한국에서 수미를 입양한 것은 수미가 태어난 지 6개월 되던 때였다. 

딸이기를 바랐던 첫아기를 유산으로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유산 후유증으로 인해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남편의 사랑조차도 지우지 못한 충격을 잊게 해 준 것이 수미였다.

수미가 도착하던 날 공항에서 담요에 돌돌 쌓인 수미를 넘겨받는 순간 낸시의 아픈 과거는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수미의 초랑초랑한 눈빛을 보는 순간 이미 수미는 자기가 낳은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낸시는 수미에게 온갖 사랑을 쏟아부었다. 그 사랑에 보답을 하려듯 수미는 건강하고 밝게 자랐다.

학교에서도 늘 상위권 성적은 물론 여러 가지 운동에도 능통하여 친구들에게 항상 인기 만점이었다. 

수미가 자신의 다른 피부 색깔을 인식을 하면서도 별문제 없이 자라는 것을 낸시는 항상 고맙게 여겼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수미가 자라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다니기 시작한 한인 교회도 수미가 겪을 수 있는 입양아로서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한인 교회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 교회에도 영어를 사용하는 많은 한국인 2세 아이들이 있지만 수미 혼자만을 달랑 보낼 수가 없어 낸시도 같이 나가기로 했다. 

주위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나 세탁소등이 있어서 그들과 접할 기회는 가끔 있었지만 개인적인 친구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소한 언어, 문화, 음식, 습관 등은 낸시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낸시는 교회에 오면 더욱 밝아져 보이는 수미의 얼굴에서 만족을 느끼며 교회 생활은 물론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였다.

교회 생활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바자, 김치 담그기 등의 여러 가지 활동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어느덧 낸시에게 캐나다 엄마라는 애칭이 붙게 되었다. 

할머니들은 항상 낸시를 캐나다 엄마라고 불렀다.

“캐나다 엄마 이 녹두전 좀 맛보우.”

어떤 할머니가 말씀하시면 “아이고 맛있네요. 어느 가게서 사셨어죠?” 하며 같이 익살을 떨게도 되었다.

이렇게 항상 행복하기만 하던 낸시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 생긴 것은 수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졸업장을 받아 든 수미는 느닷없이 자기를 낳은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엘 간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말에 낸시는 할 말을 잊었다. 

오래전에 자기 이름이 왜 수미냐고 물었을 때 한국에서 올 때 너의 이름이 수미였단다라고 한 것이 수미와 나눈 그녀의 출생에 관한 대화의 전부였었다. 

수미가 떠나던 날 공항에서 그저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밖에 못하고 돌아오는 낸시의 가슴은 너무 쓸쓸하기만 했다.

수미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루며 불안하기만 했다. 

떠난 지 2주 만에 걸어온 수미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반갑기보다는 불안이 앞섰다. 

“It's me Mom." ”저예요 엄마.”

“Oh, hi Sumie. How are you? Did you find your mother?"

“수미구나. 잘 있니? 엄마는 찾았니?”

"Yes, I did find my mother,,,,,,, again"

“네 정말 찾았어요................... 다시요.. “

“It's you Mom. You are my mother.

“바루 엄마가 제 엄마예요..”

"You've been there for me all along. It was foolish of me to come here.... I am sorry Mom. 

I'm coming back tomorrow."

“엄마 미안해요. 엄마가 항상 제 옆에 계셨다는 걸 모르고 바보같이 여기까지 왔어요. 

저 내일 돌아가요.... “

낸시의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캐나다 엄마 낸시..

낸시는 한국인 입양아를 기르는 주부이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오래전 인터넷에서 한국에 있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에 한 캐나다인 여자가 접속해 들어왔다. 자기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한국인 입양아를 기르고 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순간 너무나 가슴이 뭉클해 왔다. 한국인 입양아를 위하여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작은 스토리는 그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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