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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un 23. 2022

보통의 날

자주 가는 샐러드 가게에 들렀다.

아주머니 세 분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부동산 이야기, 주식 이야기, 실버타운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이어폰을 두고 온 나를 탓하며 그들이 하는 삶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었다.


남편 줄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나오는데,

숨이 죽었다며 내가 자주 먹는 샌드위치 하나를 공짜로 손에 들려주셨다.

열어보니 어떤 게 죽은 것이고 어떤 게 산 것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주며 인사했다.


"잘 다녀와, 엄마가 많이 사랑해."


아이가 이제 가방을 혼자 메고 총총 걸어 들어간다. 선생님이 앞에서 맞아주시면 '저 왔어요.'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보고 있자니 다시 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엄마. 이뻐."

"네가 더 이쁘지."


고마워, 나 이뻐해 줘서.

우리 서로 이뻐하자.

사랑하면 그렇잖아. 이쁘잖아.

서로가.



"머리는 안 말리고 가?"


아침마다 젖은 머리를 하고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내일은 일찍 깨워, 앉혀라도 놓고 머리를 말려주겠다고 다짐했다.

나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는 사람.



항상 출근은 가장 먼저 한다.

출입문을 열고 오른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고 나는 5초 정도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모든 조명을 다 켜고 난 후, 교실로 들어와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해본다.


수학 선생님 채용.

스피치 콘테스트 준비.

보고서 제출 및 회의 등등.


to do list 가 길어지는 날은 부쩍 말이 없고 분주하다.




가사가 없는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써내려 가는 보통의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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