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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ay 06. 2022

시기

불편한 감정이 흙을 뚫어 나왔다.

이름을 알 길이 없다.

마음을 가꾸어 본 적이 없으니 내버려 두고 자라나 아니 자라나 그 흥미도 없이 그저 두었다.


그녀가 붉은색 귀걸이를 하고 왔다. 내가 가진 청록의 것보다 더 좋아 보임은 필시 그녀의 것이기 때문일까. 귀에 걸린 내 귀걸이를 보고 있자니 순백의 그녀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다시,


흥미도 없이 버려두는 것이 차마 나을 그 싹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불편함을 느낄 적마다 그것은 어렴풋이 키가 크는 듯하다.


싹이 이름을 붙여 달라 한다.


이름이라.



붉은색의 귀걸이를 한 그녀에게로 향하는 내 시선을 들키는 순간, 나는 저 무리에게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는 무리에게로 주체도 없이 딸려 붙을 것만 같은 초조함. 붉은색의 귀걸이가 나의 것이 된다 한들 저만큼 저와 같이 또는 저보다 더 나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까라는 의미 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싹이 다시 말하길, 이름을 붙여달라 한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값진 것이라지. 어머니의 유품으로 물려받은 고결한 것이라 하더구나. 그러하여 세상에서는 값을 주고 같은 것을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면,



대답을 잘해주면 이름을 붙여줄게.


그러면 어찌해야지?


"빼앗아 너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조롱하여 하찮은 것으로 만들면 되잖아."


꽤나 마음이 드는 너의 대답이다.



붉은 귀걸이의 그녀 앞에서 나는 말하였다. 너의 귀걸이가 영롱하여 순백의 너를 무척이나 빛나게 해 준다고.


환하게 웃는 얼굴에


그런데, 그것과 똑같이 생긴 귀걸이가 주렁주렁 시장바닥에 널려있었는데. 네가 그토록 말하던 고유한 것.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색을 지닌 너만의 것. 어머니가 준 마지막의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싹이 그토록 원하던 이름을 붙여주었다.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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