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Apr 17. 2022

무제(無題)


당신의 부름은 나의 이름 너머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침장한 목소리일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 깊이는 아득하여 들리지 아니하는 것이며



당신이 만들어 놓은 시간과 공간,

그 너머의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대지를 흔드는 광대함 가운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인생으로

그 부름을 맞이하려 할 때에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흙을 뚫고 올라온 어린잎의 연약함 속에서 당신의 지혜를 듣습니다


꽃봉오리란,

마주하여였으나 마주하지 않은 우주입니다.

마음껏 상상하여도 좋은 피어 날 꽃이니까요.



피어서 아름답지 않은 꽃을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도 나는 당신을 들었습니다.



이렇듯 보십시오.



당신의 부름이 나의 대수롭지 않은 것들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참, 이리 작고 대단치 않은 것들 속에 숨겨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듣지를 못하였다 생각하였는데,




하나님.





누가. 어린잎이 흙을 뚫고 숨통을 틔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까.





그건 온 우주 당신 한 분입니다.




그러니




나의 삶은 온통 우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타인의 경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