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몽클레어

말로만 듣던 키즈 컬렉션

by 대치동 비둘기

비싼 패딩으로 유명한

그리고 강남 엄마들의 '겨울 유니폼'으로 통하는

몽클레어 브랜드



안타깝게도

이수지씨가 제이미맘을 흥행시키며

당근에 수많은 몽클레어가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따스한 패딩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 몽클레어에서

키즈 컬렉션이 나오는 것을

정말이지 교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가끔 살다보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

당연히 키즈 컬렉션

그러니까 패딩 외에

다른 제품들도 당연히(?) 나온다.



버버리, 샤넬 브랜드에서

명품 가방 뿐만 아니라

패션 컬렉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는 무지해서였는지,

당연한데

패딩으로만 유명한 브랜드라서

다른 제품이 나온다는 것은

잘 몰랐던 것이다.



일단,

패딩에서도

롱패딩 뿐만 아니라,

다양한 두께와 기장, 색이 있다는 것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처음 알게 되었다.



고정관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딱히 아이들이 입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두꺼운 옷을 주체할 수 없어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어둔 덕에

교실 바닥을 나뒹굴고 밟히는 수준의 외투들을

주섬주섬 챙겨

다시 의자에 걸어두는 게

쉬는 시간 나의 소일거리 중 하나이다 보니,

의도치 않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빵빵한 외투에

모자와 장갑을 갖춰

집에 갈 채비를 하다 보면,

도무지 잠글 수 없는 지퍼를 잠그기 위해

애타게 선생님을 찾곤 하는

아이들에게 나의 손길을 주다보면,

손 끝에서

옷들의 마감, 지퍼의 느낌, 두께 등이 느껴진다.

(나름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음)




가장 난처한 때

억지로 혼자서 끼우려 애쓰다가

소중한 옷감이 지퍼 사이에

희한하게 들어가,

내려오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그 어디쯤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이다.

자칫 힘을 주다가

지퍼가 고장나거나 안감이 찢어질까봐

괜히 진땀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패딩 외에도

몽클레어에서는 반팔도 원피스도 나온다.



당연한 소리를 해서

좀 부끄럽지만

정말이지 패딩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다른 옷들도 잘 나온다.



아이들에게 참 잘 어울리고 핏도 예쁘다.

랄프 로렌 느낌도 나고,

살짝 스포티해보이기도 하는데

원피스도 몹시 단정하다.






간혹 고가 브랜드에서 나온 실내화가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

무심한듯 시크하게

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도 관심없는데

괜시리 도난당해서

찾아줘야할까봐 경이 쓰인




하지만 아무도 누가 신었던 크기도 맞지 않는

이름 적힌 실내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제서야

나 역시 무심해져서

신발장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서른 남짓의 아이들의

패딩 컬렉션이

모두 몽클레어는 아니지만

남색, 검정 롱패딩만 나오는 줄 알았던 나의 무지함은

아이들의 다양한 패션을 관람하며

깨지곤 한다.



디자이너 패션쇼에 초대받아

인플루언서처럼 1열에 앉아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저건 색이 예쁘고,

저건 길이가 마음에 들고,

아무도 안 묻고

아무도 안 궁금한 품평을 하곤 하는

웃긴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솔직히 아이들이

자기 옷을 외투의 값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 소중히 여겼으면 싶다.



얼마가 됐든 소중한 몸에 닿고

찬 바람을 막아주는 외투가

교실에서는 바닥을 뒹굴고

종종 주인과 친구들 발에 의도치 않게 밟히고

가끔은 교실 바닥을 여행하다가

머나먼 자리에서

쌩뚱맞게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주인 의자를 떠나

주인도 모르게,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몽클레어 외투보다

의자에 예쁘게 걸려 주인이 집에 갈 때까지

포근한 등받이가 되어주는 타 브랜드 외투가

훨씬 예쁘고 값비싸 보인다.




그 가격이 얼마인지

어느 브랜드인지

사실 잘 모르고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불필요한 오지랖으로

교실을 뒹굴고 있는 몽클레어 패딩들이

금새 커서 오래 못 입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교실 속 아이들이

가격 가치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온전히 주인에게 사랑받는 외투의 주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몸을 감싸주는 옷에게

조금은 더 고마워할 줄 알고,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지 않게

스스로 챙길 줄 아는

단정한 아이가 되길





패딩 패션쇼의 종착지인

학교 교문에서 하교지도를 하며,

떠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괜시리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몽클레어 공식 홈페이지

(https://www.monc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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