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보태병, 사교육에 사교육 더하기

카푸어를 만들던 보태보태병의 진화

by 대치동 비둘기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욥기8장7절)



깊은 교훈을 가지고 있는 구절과

같은 상황을 묘사하지만

전혀 반대의 의미를 가진 용어가 있으니

이름하여 '보태보태병'



몇 년 전,

커뮤니티에서

카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러니까 카푸어로 전락해버린

한 사람의 사고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 단어가 등장했다.


image01.png 커뮤니티 카푸어가 생기는 과정



사회 초년생이

'모닝'을 구매하려다가,

조금씩 조금씩 돈을 보태 살 수 있는

조금 더 비싸고 좋은 차를 보다가

결국 벤틀리까지 올라가

무리해서 차를 구입하고

카푸어가 된다는 재미있지만

현실을 꼬집는 이야기이다.







살아가다보면,

정말이지 조금씩만 더 보태

약간 더 좋은 선택지를

선택해야하나

아니면 분수를 알고

적당한 타협을 해야하나의 기로에 놓이곤 하는데

아이의 사교육 선택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보태다 보태다

결국 누가 봐도

과한 스케줄을 짜고,

사교육비를 스멀스멀 조금더 조금더

추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아기 영어의 화두인 <영어유치원>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은 애프터 과정으로 불리는

오후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주 3회 매일 2~3시간 남짓하는 일과로는

별다른 아웃풋이 안 보이고,

30~40만원으로 책정된 학원비를

종일반 교육비와 비교해보게 된다.



영어학원 애프터 회당 2~3시간 주 2~3회 40만원 (주 4~9시간)
영어유치원 회당 6~8시간 주 5회 200만원 (주 30~40시간)



시간당 교습비 뿐만 아니라,

아웃풋 면에서도

오히려 영어유치원이

가성비 좋은 선택지가 되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이왕 영어유치원을 갔다면

정규반을 마치고

오후 2~3시부터 시작하는

방과후 프로그램,

영어하느라 부족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국어 학원이나 한글 학습지,

다른 엄마들이 필수로 한다는 수학 사고력 학원,

예체능 관련 학원을 추가한다.



월 사교육비 300만원이

훌쩍 넘지만,

결국 따져보면

꽤나 합리적인 일정과

교육 구성인 것 같아

만족하며 지갑을 열고

교육비를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육각형 인재를 만드는 것이

자녀 교육의 최우선 목표이자 방향이다 보니,

아이가 사회성이나

교우관계가 부족해보이면,

놀이 치료를 예약한다.



한글이 어눌하면

한글로 책 읽는

초등 논술 전 단계 학원을 보내면 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을 해야 하니

예체능도 한 두 스푼 더해지는 과정은

한 번 더해지면

멈추기 어렵다.



게다가 쳇바퀴는 한 번 돌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에

내려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고

쳇바퀴 속에서

돌돌돌 돌아가는 것이

안정적이다.




정말로 고등학생도 아닌데

수업시간에 하품을 하거나,

졸음에 깊이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곤 하는데

괘씸하기보다는

안쓰러울 때가 많다.



게다가 별다른 대안이 없어

결국 나의 아이도

저 대열에 끼어들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정말 너무 씁쓸하다.




아이돌은 스펀지같아서

배운 것과 본 것을

너무나 잘 흡수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아웃풋(성과)를 보인다.



그러다보면

엄마 입장에서

대견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이만큼 할 수 있으니

조금더 해보자.'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다보면

1,2년의 선행도 대단한데

자꾸만 보태보태하다가

학교급을 뛰어 넘는

일취월장의 선행에 도달하고,

또 기특하게도

모두 해내는

실로 놀라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걸

굳이 안 시킬 필요있냐 묻는 말에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보태보태병이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더하는 것이 아닌

철절히 어른의 시선과 관점에서의 선택이라면

나는 조금 덜 보태도 괜찮다는 의견이다.



실천 가능한 의견인지는 미지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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