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장난감 코너와 한산한 놀이터

도대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 놀까

by 대치동 비둘기

아이와 휴일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를

가서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것 저것 구경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사고 싶은 것은 사진찍어두기

장난감은 얼마나 실감나게

잘 만들어졌는지

파산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나를 사면

굴비 엮듯 주르르륵 이어지는 시리즈 장난감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지만

참을성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은근슬쩍 뒷걸음질 치거나

특정 장난감을 몸으로 가리는 블로킹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는

어른인 나에게도

늘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투성이었다.



보통의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

그러던 우리 가족의 취미이자

볼거리는

대치동으로 이사 오면서

슬그머니 갈 곳을 잃게 되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가 아니라,

바로 주변 마트 장난감 코너가

예전의 그 곳같지 않고

너무나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분명

마트 전체 크기를 따져 보면

그리 작은 것도 아닌데,

유달리 장난감 코너는

댕강 잘려나간 듯

서글프게도 작고 허전하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남편도 아이도

같은 느낌을 받았고

절대적으로 물건이 적다.






보통의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
이 동네 아이들은 도대체 뭘 갖고 노는거야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진심어린 문장에

믿을 수 없어

주변을 뱅뱅 돌며

점원에게 장난감 코너는 어디냐 되물어도

정말이지 대형 마트의 장난감 코너는

구석에 조금

그게 다였다.



캐릭터들이 화려하게 뽐내는 상자들도,

심심할 때 놀 수 있는 게임팩들도,

다양한 보드게임들도

별로 없다.



사고 싶은 장난감 구경2

게다가 그 적은 코너 중

한 면은 펜이나 공책이 진열된

문구 코너였으니

신선한 문화 충격 이후

아이는 더이상

마트 구경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사온 지 한참 뒤,

건네 들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고

방법을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팩류가 들어오면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있어

애초에 발주를 안하는 거라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레고 코너

어째 그럴 듯해 보이는

실제 일어날 법한 소문을 듣고 나니,

아이들의 본능마저

가지치기 하듯 잘라내고

컨트롤한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대단하고 씁쓸했다.

(물론 그 소문의 진위 여부는 모름)






이 동네에는

그네 독점 (옆에 그네도 사람없음)

아이들의 수에 비해

놀이터가 무척이나 한산한 편이다.


워낙 아이들의 스케줄이

빼곡히 바쁜 탓을 있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대로 놀고 싶은 친구랑

마음껏 노는 것을 가만히 두는

부모가 별로 없는 것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놀이터 출석왕

유치원 하원길에

거의 매일 놀이터에 출석하는

출성왕 딸과 함께 있다보면

감질맛 나게

20~ 30분 딱 놀고

쿨하게 퇴장하는 어린이들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잠깐 노는 시간에도 부모가 함께 놀어주거나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막 개입하지는 않음)



놀이터 손님 많은 편

종종

영어로만 놀이를 하며

무리지어 있는

영어 유치원 친구들이 놀다가거나,

아주 어린 동생들이 아장아장 거리며 놀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놀이터의 기능을 맘껏 사용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가끔

불현듯

우리 아이만 이렇게 놀고 있나

밀려오는 불암감만 제외한다면,

전세낸 듯

놀이터 기구들을 마음껏 사용하며

노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다.



시간이 문제인가 해서

오후에 놀다

집에 들어갔다가

밤에 잠깐 슈퍼를 가거나

운동가는 길에도

놀이터는 늘 한산하다.




어떤 놀이터는

그네를 타려고 한참을 줄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대치동 놀이터에서는 인기있는 놀이기구도

줄이 짧거나 없는 편이라

놀고 싶은 만큼 마음껏 탈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비록 마음 한 구석이 미묘하게 불편하지만)



가끔 이런 한산한 놀이터가

붐비는 시간이 있다.

바로 저녁시간 전후인데

정작 어린이보다는

큰 어린이들이 놀이터를 점령한다.



휴식이 허락된 저녁 식사 시간 후,

농구공이나 캐치볼을 들고 온

중고등학생들,



꽁냥거리며 벤치구석에 앉아

서로 밖에 보이지 않는

따사로운 눈빛으로 연애중인

남학생 여학생 짝꿍들,




푸념과 짜증을 토로하며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희한한 방법으로 그네를 즐기는

여학생들,




어두운 벤치 구석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펑펑 울거나 화를 내고 있는 학생들,

한시간 남짓

한산한 놀이터에

손님들이 꽤 꽉 차있는 시간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대치동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면,

경쟁자없이(?) 놀 수 있다.

전세내듯 놀이터를 차지할 수도 있다.





다만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주문해야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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