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

인생의 진리

by 대치동 비둘기

삶을 살아가다보면 넘쳐나는 많은 격언과

명사들의 스피치 속에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들린다.

고개를 끄덕이며 꼭 기억하겠다 되새기기도 하고

다이어리 한 모퉁이에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



누군가의 문장들이 오롯이 마음 속에 새겨지는 것은

나에게 들려주고 싶던 세상의 조언이자 가르침이다.



그런데 가끔,

모순된 문장들이 뒤섞여 혼동을 겪곤 한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는 것이 힘이다


image01.png 출처 유퀴즈 유홍준



모르는 게 약이다

image02.png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곱씹게 되는 이 문장은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끝없이 부모가 된 나를 자극해왔다.



한 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중한 아가를 갖게 되었을 때,

아주 작은 불편함과 아픔만 느껴져도

혹시나 또다른 아픔이 반복될까 두려워

인터넷 검색창을 찾아보곤 하면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이

더 많은 정보를 알아야만 하고

미리 모두 다 조심해야만 할 것 같은 초조함이 계속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련한 여주인공이 되버릴 것만 같던 불안감,

지금 생각하면 굳이 몰라도 되는 임신 주차별 부작용과 유산의 위험성이며

산모나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많은 것들을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릴 사람처럼

머릿 속에 채워가며 스스로를 옭아맸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되는 길은 어찌나 험난한지

예쁜 아가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도

그 순간 순간을 즐기기보다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여

두상을 예쁘게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되고,

어느 정도 지나 아이가 색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바꿔줘야 한다는 카드며,

부모가 들려줘야할 책들 그리고 정서에 좋다는 음악들,

낮잠을 재우는 지혜로운 방법, 이유식에 넣을 재료들과 손질법 등을 찾아보며

매일을 초조하게 내 자신을 채찍질했다.



세상에서 나만 모르고 안해주는 것 같아

자꾸만 정보의 늪에 허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있었다'라고 칭하지만

실은 유아 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아이가 자라며

어느새 왜 저렇게 행동하냐고 손가락질했던 *헬리콥터맘들의 행동을

*내로남불마냥 내가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 안심하며 살아왔다.




국민 육아템들은 배신하는 법이 없고

시간 낭비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나도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평온함마저 선물하기에

자꾸만 남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는지 찾고 또 찾으며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그 정도는 해야한다고 합리화하며,

혹여나 나만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남과 비교하고 또 비교한다.

*헬리콥터맘 : helicopter mom 자녀들이 성장해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지만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돌면서 사사건건 참여를 하게 되는 엄마

*내로남불 :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신조어



지나보면 다 똑같아



엄청나게 고민하며 A와 B를 선택하던 그 순간의 갈등 따위는

정작 선택 후 구매를 하고, 사용하면 그 갈등의 순간

찾아봤던 정보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갈등의 순간에는 세상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 선택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인 마냥 모든 정보와 후기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매 순간 모든 것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명언이 무색할 정도로,

자꾸만 더 많고 쓸데없는(제 3자가 보는 관점에서는) 자료와 정보를 찾아

헤매고 헤매는 부류가 더 많은 것 같다.




직업적 경험상 유행에 뒤쳐지거나 사회에 무감각한 편이 아님에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등수를 매기자면 나는 중위권이 겨우 될까말까할 정도로

교육계에 근무하는 나보다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정보의 양이 훨씬 많은 이들이 넘쳐난다.




아마도 정보의 양으로 따져볼 때 상위권에 랭크되는 학부모들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많아 자기 자녀를 방치하거나 적절한 교육을 못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수많은 학원들의 커리큘럼과 수준, 그 곳에서도 가장 좋은 선생님, 수업 교재의 스타일을 모두 꿰뚫고 있다보니 누구든 상담을 받고 싶어하고 심지어 기업에서 컨설팅을 받듯 다른 학부모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이가 필요한 것이 A분야라면 ㅇㅇ학원, B분야라면 ㅁㅁ학원, C가 문제라면 xx병원 등 척척박사처럼 모르는 것이 없는 학부모들은 *돼지엄마라고 불리며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다.

컨설팅 업체, 학원이나 학교의 담임 선생님보다 더 신뢰를 받으며 내 아이를 위해 상담받고 싶은 1순위의 사람이 되었다. 그들의 pick을 받는다면 좋은 그룹에 들어가 엑기스같은 그룹과외나 정보들을 술술 얻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있다는 안도감과 평온함을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돼지엄마 : 학원가에서 쓰이는 속어로 강사, 학원을 좌지우지하는 학원생들의 대표 엄마



세상 돌아가는 것이 그렇듯 알면 속이 시원하고, 덜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그 역치를 넘어서서 과하게 알게 되는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더 두렵고 무서워진다.

넘쳐나는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정신을 못 차리고

우울증이나 신경 쇠약에 걸릴 정도로 걱정이 많아지면,

문득 내가 몰라도 되는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깨달음을 그제서야 얻게된다.



어짜피 내가 알게 된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거라면,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내가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고,

노력할 의지가 없다면

지금까지 몰랐던 나를 한심해하지 말고

아이에게 미안해하지말고

알던 것, 하던 것이나 제대로 해내는 편이 더 나은게 아닌가 싶은

그런 결론에 도달한다.



솔직히
대치동처럼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무던하게 모르는 편이 오히려 약이다.



결국 자기 본성대로 사는 인생이다 보니

'아는 게 힘'인 세상은 맞지만,

게으르고 덜 부지런해 모르는 게 많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으로

흐린 눈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흐린 눈을 한 곰돌이 푸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때로는 흐린 눈이 나를 평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매 순간 맑은 눈을 하다가는

눈도 나도 다치고 아플테니까.




대치동에 살다보면 지혜로운 학부모가 되기 위해 중심을 잡는 방법도 배우고,

나아가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철학적 고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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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결국 '나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로 끝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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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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