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골라먹기
대치동 거리를 거닐고 있노라면 3보 1배가 아니라 3보 1학원이 나온다고 말할만큼 엄청난 수의 학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학원들은 저마다 각약각색의 커리큘럼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같은 과목 학원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점도 있지만 뚜렷하게 다른 점들도 있어, 뷔페(buffet)처럼 내 아이에게 적합한 학원을 골라담을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대치동은 학원비가 비쌀 것 같다
대치동에 이사오기 전,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 중 하나는 대치동에서 학원을 보내다가 등골이 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물론 등골이 휠만큼 보내려면 보낼 수 있지만, 알고 보니 학원 하나하나의 교육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여기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무작정 학원비를 높여 받을 수 없어서 서로 어느 정도 맞춰서 받는다고 했다. 오히려 타 지역 분점과 같은 학원비를 받지만 추가로 들을 수 있는 무료 컨설팅이나 클리닉 수업을 포함하면 싼 편일지도 모른다고 부연 설명을 들었다.
학원이 많다보니 오히려 철새처럼 여기 저기 이동하며 여러 학원을 섭렵하는 스타일의 아이들도 있고, 멀리서 라이딩해와서 한 번 선택한 학원을 오래다니는 스타일의 아이들도 있다. 요즘 트렌드에 따라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 취사 선택하기 때문에, 학원 조합은 수없이 많이 가능한 곳이 바로 대치동이다.
선택과 집중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선택과 집중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사실은 엄청난 강단이 있는 부모가 아니라면 주변의 소문과 세상의 풍파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요즘은 워낙 한 두명만 많아 키우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가성비'와 함께 '남들이 좋다는 인식'도 중요해졌다. 가끔 내 아이를 바라보기보다는, 또래 아이를 바라보며 학원을 선택해 모진 비바람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무척이나 똑똑하고 박식해 스스로의 선택에 수많은 검증을 거치고 진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파인 다이닝
식사 한 끼에 20만원이 넘는 호텔 뷔페 식당, 코스요리나 10만원이 넘는 오마카세 요리가 아무리 비싸도 대기 예약조차 하기 힘든 것처럼 대치동 학원 중에도 돈을 내려해도 갈 수 없는 곳들이 있다. 파인 다이닝 계의 학원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는 학원에서의 레벨테스트를 통과해 검증을 받아야만 하고, 운이 좋다면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기나긴 대기의 시간을 거쳐야만 맛볼 수 있다. 학원 교육비보다는 남들보다 높은 기준점 이상의 레벨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파인 다이닝처럼 고급스러운 무언가를 즐길 가치가 있는 아이가 되었다는 프라이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다른 조건은 그다지 따져묻지 않는 곳이다.
뷔페
귀가 얇은 학부모라면 대치동만큼 힘겨운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른 아이들이 어디 학원을 다니고, 어느 수준을 해내고, 어떤 책을 배우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눈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스펙트럼에 숨이 멎을 정도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뷔페 중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뷔페는 하나씩 맛보는 전략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 전략을 짜서 공략해야하는 것처럼 대치동 학원에서도 여러 곳을 쑤셔보기 보다는 내 아이에 집중해서 필요한 곳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
뷔페의 맛처럼 학원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어 있고, 손님이 많이 회전율도 높아 신선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남들이 맛있다고 따라 도전해보다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 내 아이를 잘 들여다보고 판단할 수 있다면 대치동 학원가는 학부모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택지이자 플랫폼이다.
내노라하는 프랜차이즈와 재수 종합반부터 유아들이 다닐 수 있는 창의력 학원까지 대치동에서는 한국 교육의 트렌드와 다양한 맛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이든 뷔페든 맛을 보기 위해 출발하기 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이와 학부모의 마음가짐이니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다가온다면 그 어느 맛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