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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by 유자

20대 중반 쯤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져가면서 나는 자주 기뻐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거구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걸 싫어하는지에 대해 알아가고, 그 것을 타인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는게 흥미로웠던 시기였다. 나 자신을 잘 아는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가면서, 그 선호의 정도는 물론 대상도 변했고, 변함없이 좋아할 것 같았던 애정 어린 관심도, 죽을 때까지 증오할 것 같았던 것도 조금은 무뎌지거나 사라졌다. 좋아하고 싫어하던 것에 내가 모르던 이면이 드러나면서부터는 그에 대해 말하고 드러내는 것에 더 조심스러워졌다.

취향이 명확해지는 일은, 때때로 나의 견해와 감정에만 오롯이 사로잡혀 다른 것들은 배제하거나 멀리하게 했다. 나는 소설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소설이 재미없었을 뿐이었고, 나는 매운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단지 매운 맛을 잘 못느껴 잘 먹을 뿐이었다. 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이 좋았던 거였고, 내 웃는 모습이 별로라 생각했는데, 단지 깊어지는 팔자주름이 거슬린다는 걸 알았다.​​


취향과 선호와 불호의 범위가 용수철 장난감처럼 넓어졌다가, 좁아지는걸 반복하면서 사람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폭도 함께 변했다. 절대적인 것은 (거의) 없다. 내 말이 다 맞아. 하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자주 곱씹으며, 늘였다가 줄였다가,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유연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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