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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7. 2021

코로나 홀리데이의 퇴근 그리고 아이스크림

흔한 보건교사의 황금연휴

 

 황금연휴 첫날, 하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늘은 지하철을 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타게 됐다. 학교로 가는 전철에서는 정신이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은 왠지 허전했다.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는데 허겁지겁 나온 바람에 챙기질 못했다. 주말에도 일하게 된 나를 위로하기 위한 선물을 궁리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 풀려면 매운 게 낫겠지? 어어엄청 매운 떡볶이를 지금 시킬까?'


 배달 어플을 열어보고는 '분식'을 눌러봤다.


 '아니야. 매운 거 먹고 배탈 나면 곤란해. 역시 기름진 게 낫지 않을까?'


 '피자', '치킨' 되는대로 눌러보는데 영 당기는 메뉴가 없다.


 '아, 뭐라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뭘 먹지? 뭘 먹어야 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지?'


 문득 어릴 때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보면 꼭 나오던 장면이 떠올랐다. 여주인공이 침대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마스카라 번지게 우는 모습. 그래, 지금 내 기분이 딱 그거야. 집에 가자마자 푹신한 침대 위에 앉아서 밥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울 거야. 펑펑 울 거야.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고르려 하는데 아찔하다. 뭐야, 종류가 되게 많네. 평소에 주전부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딱히 추구하는 아이스크림이 없다. 그냥 초코맛 나는 아이스크림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브랜드도, 맛도 참 다양하다.


 '근데 왜 가격은 안 적혀있지? 그냥 제일 싸고 큰 통 사가고 싶은데...'


 이 와중에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비굴함을 보이며 아이스크림 이름을 열심히 읽어봤다.


'헛! 씨 솔트 캐러멜!'


 씨 솔트 캐러멜 맛이라니. 지금 딱 내게 필요한 맛 아닌가? 전에 한 번 진지하게 가정선생님께 얘기드린 적이 있다.


"행복은 설탕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러자 가정 선생님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해줬다.


 "행복을 극대화시키는 건 소금이라고요."


 소금과 설탕이 함께 버무려지는 극강의 맛! 단 맛과 짠맛이 어우러지면 행복이 치솟아오를 수 있다. 확신한다. 게다가 그 아이스크림 통에는 '330kcal'가 적혀 있었다.


 '엥? 100ml에 330kcal라는 거겠지?'


 영양성분표를 보니 세상에 470ml에 330kcal가 맞다. 오! 요즘 세상엔 안 되는 게 없구먼! 당류가 적긴 하네? 에라, 모르겠다! 뭐가 됐든 난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소금 맛이 더해진 이 씨 솔트 캐러멜을 꼭 먹을 테야.


 집에 들어온 나는 급하게 밥숟가락을 꺼내 들었다. 아이스크림 통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보니 가장자리 부분이 살짝 녹아 먹기 좋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침대 한가운데에 앉아 과감하게 아이스크림을 퍼먹을 계획이었으나 끈적한 갈색 덩어리가 흰 이불 위에 떨어지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침대 끝에 걸터앉는 정도로 합의 봤다.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떠 입에 넣었다. 입안이 얼얼해지며 싸한 기운이 퍼졌다.


 달콤함이 번져가는 와중에 짭짤한 소금 맛이 얹어졌다. 그 맛에 주말 근무로 인한 짜증이 그대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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