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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5. 2021

코로나 홀리데이 11

바빠? 우리 전화 좀 할까?


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순서다.


"여보세요?"


확진자에게 전화 걸기. 그렇게 연락이 안 되던 학생도 확진자가 되면 전화를 정말 잘 받는다.


 "지금 이 얘기 몇 번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전화 와요."

 "보건소 말고도 전화가 많이 오니?"

 "네. 진짜! 똑같은 거 계속 물어봐요."


 친하게 지내던 학생이면 꼭 한 번 투정을 부린다. 똑같은 질문에 반복되는 대답이 지겨울 수밖에 없다.


 "미안해. 근데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우리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가 조심스럽거든."

 

 항상 개인정보 보호니 뭐니 비굴하게 굴며 어떻게든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이 황금주말에도 인터뷰는 계속돼야 했다.


 "교육청에 보고해야 해서 질문 좀 할게. 불편하면 얘기 줘."


  콜록, 기침 소리가 들렸다. 제일 싫어하는 질문은 맨 뒤로 넘기기로 했다. 많이 아프냐고 물었다.


 "그저께까지는 살짝 목이 간지러운 정도였는데요. 어제 머리가 엄청 아팠어요."


 잔뜩 쉰 목소리였다. 힘겹게 대답하는 와중에 전화기를 붙잡고 있을 아이에게 미안했다.


 "혹시 학원은 안 다니니?"

 "안 다녀요."

 "오. 그렇구나. 지금 치료센터 입소 대기 중인 거지?"

 "네. 오늘 중으로 차가 온다는데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밀리나 봐요."

 

 지난번 한 학생은 강원도에 있는 서울시 공무원 연수원에 입퇴소를 했었다. 운이 좋게 집 주변 치료센터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정말 먼 지방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근처 치료센터로 갈 수 있길 마음속으로 빌며 질문을 이어 갔다.


 "검사는 어디서 한 거야? 다음구 보건소?"

 "네. 다음구청 옆에 있는데요."


 사각사각 연필로 이면지에 받아 적으며 한숨을 한 번 쉬었다. 인상을 팍 쓰고는 정말 하기 싫은 질문을 이어 갔다.


 "음. 혹시 같이 사는 가족이 어떻게 되니?"

 "부모님이랑 형이요."

 

 대답이 바로 나와서 다행이다. 어떤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혹은 부모님이라고 얘기했다가 질문이 더 길어지면 아버지는 따로 살고 있다던가 하는 얘기를 해준다.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가끔씩 보는 어른에게 동거 가족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주고 싶진 않겠지. 두 번째로 싫어하는 질문을 이어서 해야 했다.


 "부모님 연세가 어떻게 되셔?"

 "음.. 잠시만요."

 

 이 질문했을 때 바로 대답하는 학생이 드물다. 대부분 모른다. 몇 년생이라고 대답해주면 조금 더 낫다.


 "잘 모르겠어요."

 

 질문에 대답해줄 만한 분이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았다. 근데 교육청에서 확진 학생 부모님의 연세를 알아서 뭘 하겠다는 거지? 전혀 필요 없는 내용 아닌가? 학생의 정보를 보호해주겠다면서 부모님 연세까지 보고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과감히 생략해서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아니야. 안 알려줘도 돼. 형은 몇 살이야?"

 "저보다 3살 많아요."

 "그럼, 학교 다니니?"

 "안 다닐걸요?"

 "응? 잘 모르니? 직장 다니는 건 아니지?"

 

 잠시 대답이 없었다. 곤란한 질문이었나? 하지만 형제자매 정보 문제는 중요한지 교육청 쪽에서 전화가 왔었다. 형제자매가 대학생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교육부에서 알아야 한다고 설명해줬었다. 그 전화를 받은 이후로는 보고서에 꼭 형제자매 내용은 어느 정도 적어서 보내고 있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거의 집에만 있던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손위 형제가 뭘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같이 안 사는가 싶어서 돌려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 내용은 생략할 수도 없고 어찌할지 몰랐다.


 "아! 엄마! 잠시만요."


 어머님은 다른 아드님이 뭘 하는지 아시겠지.


 "선생님. 우리 형이요. 그냥 집에만 있는 거래요."

 "오. 그럼 무직이시고 대학은 안 다니시는 거지?"

 "네. 맞아요."


 몇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더 하고는 얼른 낫길 바란다며 희망적인 말을 좀 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휴. 제일 싫어하는 절차가 끝났다. 이 내용은 왜 보고해야 하지? 자세히는 읽어볼까? 이 보고 내용이 위로 올라가면 어떻게 정리될까? 많은 게 궁금했다. 


 꼬르륵. 배에서 진동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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