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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Dec 21. 2021

먹고 또 먹어도 배가 안 불러

호르몬의 노예


 떡볶이에 김밥, 튀김.. 분명 배가 부르고도 남을 터인데 마구 먹어도 배가 부르질 않는다. 이 정도면 배가 불러야 하는데. 통통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그대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거울을 보니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둥 떠다닌다. 이렇게까지 부을 일인가? 입술마저도 퉁퉁 부었다. 


 퉁퉁 부은 채로 일을 하고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화날 일이 아닌데도 화가 치밀어 올라서 겨우 나 자신을 달랬다. 일부러 카톡 답장을 늦게 하고 허공을 보며 여러 차례 한숨을 쉬었다. 답장을 했다가는 그대로 싸울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도 하기가 싫다. 움직이기 싫은 몸을 겨우 끌고 가는데 전통순대를 파는 트럭이 보인다. 하. 먹고 싶어. 이 냄새, 너무 달콤하다. 월요일마다 들어서는 트럭이라 매주 맡는 냄새인데 오늘은 사뭇 다르다. 


 배가 부르게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순대 냄새가 나를 유혹한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아. 생리할 때가 됐구나. 


 난 생리할 때가 다가오면 떡볶이, 순대, 닭발,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싶어 한다. 


지긋지긋하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 때만 되면 주체를 못 하고 먹어대고 짜증내고 운다. 배는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르고 심지어 가스도 찬다. 이 때면 변비든 설사든 장에도 문제가 생긴다. 생리 때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그런다나 뭐라나. 


 결국 나도 짐승이구나. 호르몬에 따라 행동하고 욕구가 생기는 짐승. 스스로를 짐승이라고 욕하는 와중에도 달달한 디저트를 떠올리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하. 달달한 소스가 잔뜩 뿌려진 두툼한 토스트가 먹고 싶다. 아님 매콤한 떡볶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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