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며
대학교에서 2년을 다닌 후, PEET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계를 냈어요. 대학 생활 내내 약학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막상 도전하려니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1년을 휴학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학원비도 만만치 않고, 혹시 실패라도 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확신이 없었죠.
망설이던 저에게 엄마가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용기를 주셨고, 결국 휴학계를 내고 PEET 종합반에 등록했어요.
대학생 때 받은 장학금을 모아둔 돈과 엄마의 지원으로 PEET 종합학원에 다닐 수 있었어요. 우리 집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는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고, 저는 '이번이 단 한 번의 기회'라고 다짐했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합격한다면 내 길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어려운 형편이 저에게 간절함을 더해주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끌어내 준 것 같아요.
전공이 수학이었던 저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전공과목 대신 PEET 시험 과목인 물리, 화학, 유기화학, 생물만 찾아서 수강했어요. 다시 전적 대학으로 돌아가면 수학 전공과목을 후배들과 다시 공부해야 했고, 그렇게 졸업하더라도 이후의 삶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적 대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1년을 보냈어요.
모든 것을 약대 합격에만 맞추며 몰입하다 보니 저의 성격도 점점 예민해졌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도 사이가 멀어졌어요.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 와서 엄마와 이야기 나누는 게 전부인 날도 많았어요. 가끔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친 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색할 정도였죠.
8개월 동안 수험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기를 반복했지만, 슬럼프에 빠져 앉아 있어도 집중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어요. 밤에 잠이라도 잘 자면 좋을 텐데,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꽤 많았어요. 아침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엉엉 울기도 했고요.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엄마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다이어리에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고, 다시 저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언니와의 대화가 그 시절 저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시간이었어요.
집에서 PEET 학원까지 왕복 3.5~4시간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했어요. 아침에는 지하철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불안한 마음에 늘 책을 펼쳐 들었어요. 학원과 집이 멀다는 것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엄마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었기에 멘탈 관리도 할 수 있었어요.
수험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미래와 불합격에 대한 불안을 견디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번아웃도 경험하면서, 의욕만 앞선 채 몰두하는 것이 장거리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험 당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주기적으로 나에게 쉼을 주고, 마음도 관리해야 해요. 칼날을 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