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의 수험생활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버텨내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건, 단연 멘탈 관리였습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도, 시험 당일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더라고요. 약대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페이스 조절과 멘탈을 관리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들였어요.
남들에게는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지만, 저는 약대 입시 공부를 할 때 사법고시 같은 대단한 시험을 준비한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수험 생활 초반엔 고승덕 변호사의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를 반복해서 읽으며 고시생들의 하루 루틴, 자기 통제 방식 등을 배우려 노력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다른 수험생들이 기본서를 3 회독할 때 고 변호사는 7 회독을 목표로 했다는 부분이었어요. 저도 그 마인드를 본받고자 애썼습니다.
또한 황농문 교수의 <몰입>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책에서 배운대로 집중력을 높이고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애썼고,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시절 제게 유일한 낙은 엄마와의 대화였어요. 엄마는 본인이 본 TV 프로그램 중 재밌는 부분만 골라 보여주거나, 일상 속에서 있었던 웃긴 일들을 이야기해 주셨죠. 제 삶에 도파민이 공급되는 유일한 통로였달까요. “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요?” 하고 엄마를 졸라댔던 기억이 납니다.
전적 대학 시절, 교수님의 소개로 PEET 시험을 준비해 약학대학에 진학한 선배를 알게 됐어요. 수험 생활 전부터 공부 방법은 물론, 수면 시간, 멘탈 관리 등 정말 사소한 것까지 꼬치꼬치 물어봤죠. 같은 학교 출신 선배가 약학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를 심어줬습니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합격 수기를 읽으며 내 공부 방향이 맞는지 점검했고, 여러 사람의 방법 중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점차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갔어요. 남들의 성공 이야기는 저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습니다.
운동할 시간이 따로 없었기에, 12층 학원까지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며 체력을 길렀어요. 매일 학원 갈 때 계단을 올랐고, 점심시간엔 20~30분씩 계단을 오르내렸죠. 수능 준비 당시 체력 부족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시험 전날까지도 이 루틴은 절대 놓치지 않았어요.
기본 개념을 다지고 문제 풀이에 들어가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주기적으로 복습하지 않으면 금세 잊히더라고요.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땐, 기존에 외웠던 내용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빨리 시험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수험 생활 초반에는 늘 초조했어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고, 나는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해졌죠. 하지만 수험 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공부 초반엔 N수생과 초시생 사이에 실력 차이가 있지만,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진다는 걸 몸소 느꼈어요. 마지막 1~2개월은 새롭게 무언가를 더 익히는 것보다, 그동안 쌓아온 내용을 머릿속에 잘 유지하고 시험장에서 최대한 실력을 끌어내는 게 더 중요했어요. 이 시험은 오래 준비한다고 합격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시험 직전까지의 컨디션과 페이스 조절, 그리고 마지막 스퍼트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