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PEET 시험 준비가 이렇게 달랐다
고등학생 시절, 저는 수능시험을 준비하며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어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서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죠. 문제집을 풀고, 채점하고, 해설지를 보며 ‘왜 틀렸는지’ 확인하는 식의 공부가 전부였습니다.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도 같은 방식으로 풀었죠. 겉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부의 핵심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PEET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는 공부의 방식부터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본서를 최소 3회독, 많게는 5회독 이상 정독했어요. 내용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수기로 공책에 정리하고, 백지에 다시 써낼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암기했죠. 문제를 풀다 보면 내가 이해가 부족했던 개념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이를 다시 기본서로 돌아가 보완하면서 개념을 확실히 다져나갔습니다. 고시생들이 하는 단권화 공부법을 적용했어요.
그 당시에는 약대 입시용 문제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학원에서 제공한 문제집과 기본서에 수록된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여러 문제집을 얕게 푸는 대신, 하나의 문제집을 깊이 있게 반복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 속 개념이나 출제 의도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 하나에서도 얻어갈 수 있는 공부의 깊이가 점점 달라졌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비로소 예전 수능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한다기보다, 단순히 문제만 푸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예요. 진짜 중요한 건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예전엔 그걸 모르고 지나쳤던 거죠.
최근에 자녀교육서를 읽으며 교과서 중심의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과서보다는 문제집에 실린 요약된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해왔습니다. 그러다 PEET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기본서, 즉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제서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그 경험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공부의 기본은 결국 교과서 중심의 학습이라는 사실을요.
하루 단위의 공부 스케줄은 물론, 시험 한 달 전, 일주일 전, 한 달 전까지의 계획도 여러 번 수정하며 치밀하게 세웠습니다. 시험 당일, 전날, 일주일 전, 한 달 전의 내 모습을 머릿속으로 수차례 시뮬레이션 돌려보았았어요. 공부 방법뿐 아니라 체력과 멘탈 관리에도 신경 썼습니다. 시험 날 최고의 집중력과 실력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는 공부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물론, PEET 시험 과목이 저와 잘 맞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입시 운이 따랐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 운을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건,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공부 방법과 태도 덕분이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어떤 약학대학이라도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공부했던 저는 정말 가고 싶던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 속 깊은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죠.
돌아보면 실패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능 시험에서 실패가 있었기에 저는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어요. 실패 덕분에 저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