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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Nov 02. 2023

마음이 1미터 쯤 떠올랐다.

잘하고 있는거 맞지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띵동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면 자동응답기 처럼 나는 인사를 한다.


무인가게를 운영하며 열일하는 자판기를 두어 인사를 건네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을 출근하며 하루종일 음식을 만든다.

 

‘뭐지?’


갑자기… 내가 자동응답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분명 여기 사람있는데 가게를 오가는 분들은 [여기사람없음] 이라도 써있는듯 인사도 없이 물건을 자판기에서 뽑아서 휘리릭 지나간다.


자판기에서 물건을 가져가지만 자판기 물건을 채우는 건 난데…


요즘은 인사를 건네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해 하는 분이 많은것 같다.


나또한 모르는 곳에서 괜시리 말을 걸면 ‘뭐라고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직도 두려운거 불안한것들이 많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것도 함께 자리에 있는것도 어색하고 불편하다니..

이게 말이 되나?싶기도 하지만 내 성향이 그런걸 어떠하랴.









무튼… 그렇게 열심히 자동머신이 되어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를 반복하며 뒤도 안돌아보고 일하는 나도 이제는 이런것에 익숙해 져 버린걸까?

익숙해지려 하는걸까?

혼자 있어서 좋은데.. 가끔은 “여기 사람있다구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종일 야채와 씨름하며 맛있어야 할텐데… 혹 싱싱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장은 ‘자동응답기’면 어때… 그래도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를 반복하며 할일을 한다.

그렇게… 자동머신이 되어가다…



“저….. 저 오늘까지만 이곳에 와요.“

“네?… 아~“

“그동안 너무 맛있게 샐러드 잘 먹었어요”. “다른곳에서 이 맛이 생각날꺼 같아요.”





처음 봤을때 부터 텀블러를 가져와 혼자 자판기에서 샐러드를 먹던 고객이 자신의 회사를 옮기기전 며칠전 안면을 텄다.

늦은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여기 샐러드는 너무 아삭해서 좋아요”  그러며 건넨 한마디..

“감사해요 ”

씨익 인사를 했다… 그러곤 침묵…


그렇게 몇 주를 매일 비슷한 시간에 와 홀로 아삭아삭하며 샐러드를 먹었다.

나와 마주보며…


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나의 가게는 보통 혼자와서 먹는 고객이 많거나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자판기에서 뽑아가서 사무실에서 먹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지.. 혼자먹는것이 익숙하다.


매일을 ‘ 나 이렇게 하는거 맞나?’ 를 고민하던 나에게  그동안 감사하게 잘 먹었다는 한마디와 다음날 자신이 떠나니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을 가게로 데리고와

사용하는법을 알려주고는 “가끔 지나가게되면 꼭 들릴께요. 안녕히 계세요.” 라며 그녀는 이곳을 떠났다.


가을바람이 불어 허전하고 피곤에 눈이 감기려고 하는 마음의 체력에 용기의 물을 한모금 뿌려주고 간 느낌이다.


매일이 자동응답기와 자동머신으로 있는 무인가게의 사장의 마음이 1미터쯤 떠올랐다.


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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