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완 Jul 30. 2024

몸의 신호등

신호를 지켜주세요

초록불이네. 신나게 달려볼까?

아니야. 주황불이라구,

아니 아니 빨강불이야. 멈춰..






아이들과 건널목을 지날때 차들이 지나다니는걸 보며 신호등 놀이를 한적이 있다.

“엄마 초록불이야 파란불이야?“

“초록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파란불이라고 하기도 해. 그렇지만 목적은 한가지야 그건바로 안전하게 달리세요 라는 거지”


신호등이 바뀔까봐 아이들과 나는 손을 들고 우리의 초록 신호등 ‘건너세요’에 건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잘 할 수 있어. 할수 있다니까.


체력이 많이 약한 나는 중년의 남편을 돕고 싶어 샐러드 가게를 오픈했다.

생애처음 가게를 운영하며 많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시는 음식점 운영자님들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체력이 좋지?’

언제나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시간에 문을 닫지만 하나같이 놀면서 장사를 하시는 분은 없다.

긴 시간 운영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재료를 구입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시간 24시간이 모자르고 1인 다역을 해내야 하는 일들이였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이 혼자서 주어진 환경, 변화하는 자연, 변동치는 물가, 유행타는 입맛에 어떻게 저렇게 몇십년씩 해내시는지 노하우가 궁금했다.

난 초록불이라구.

내 신호인줄 알고 열심히 달리고 나도 저분들 처럼 이자리에서 정성을 다하고 이자리를 지키면 분명 알아주겠지?

알아는 줬다.

다른곳에선 맛 볼 수 없는 아삭함이있어요. 너무 신선해요.등.. 오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다시 찾아 오셨다.

그런 응원에 힘입어 몸의 신호를 무시한채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조금더 하면 몸도 적응할꺼야.

저 분들도 다 그렇게 버텨내며 근력을 키우신거겠지. 라고 속으로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1인 다역이여도 가지고 있는 체력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가게 하나만도 버거운데 아직도 독박육아 같은 육아와 집안의 대소사. 거기다 가장 중요한 남편이 병수발을 도맡아 하게 되며

자꾸만 주황신호등이 비상등을 켜고 깜빡이는데 난 무시했다.

하루이틀 타이레놀과 비타민등 영양제를 먹고 ‘난 괜찮아’를 말하며

괜시리  더 용감하게 집을 나섰다.








이제는 빨간신호등이야.

너 안멈추면 영원히 멈출 수 있어.








목에 통증이 밀려오고 눈이 계속 떨려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목이 붓고 뻣뻣해지는 날이 많았다.


‘이러다간 위험하겠다.’


속으로 괜찮다고 아무리 말하고 외쳤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제는 좀 쉬라고.. 가져야할것과 버려야 할 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인가?


혼자 고민하던 것을 남편과 상의하고 결국 계약기간이 아직 남았는데 가게문을 닫았다.


그뒤로 종합검진을 받고 남편을 챙기는 일 외에는 의지와 다르게 하루종일 일어나지 못하고 잠만 잤다.

자도자도 눈이 떠지지 않고 그냥 병든 닭마냥 , 아니 신생아 처럼 계속 잠이 몰려왔다.





작년 첫째의 대입준비 뒷바라지를 하며 명절에 자동차가 올림픽대로에서 갑자기 엔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옆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혼자 땀을 뻘뻘흘리며 ‘제발 제발 잠깐만’이라며 대치동 까지 운전을 했다.

아이를 내려놓고 비상깜밖이를 켜고 카센타를 찾았다. 명절이라 근처는 열린곳이 없었다.

순간 앞이 하얗게 변하고 깜깜해 졌다.

그러다 지인이 카센타를 하는게 생각이 나 명절이지만 전화를 했다.


“저 이만저만한대. 이곳에 문연 카센타가 없는데 어떻게 하죠?”


지인은 명절을 쇠러가는 길에서도 자신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문연 카센타를 수소문해주고 내가 취해야 할 방법까지 알려주셨다.

몇시간 차의 범퍼를 열고 임시방편으로 모든 차 내부를 식혔더니 오후 늦게 수업이 끝난 아이를 태우고 다시 지인이 알려준 카센타에

무사히 도착해 범퍼를 열었다.

벌컥벌컥..

냉각수 순환에 보이지 않는 누수가 있는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며 차를 수리해 주셨다.








아마도 내 몸의 순환에 보이지 않는 누수가 있는걸까?

몸의 연기는 볼 수 없으니 빨간신호등이 계속 깜빡이며 이제 멈춰서 수리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걸까?


종합검진 결과 갑상선결절 과 자궁에 이상소견을 발견했다.

감사한것은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만하길 감사하다” 결과 통보를 받고 내 입에서 그말이 툭 튀어 나왔다.


끝날것 같지 않은 겨울이 지난것 같다.


아직도 봄이 오진 않았지만 봄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빨강신호등에서 주황신호등으로 바꿔지는 것 같다.

내몸의 신호등이 안전속도를 지켜가면 계속해서 초록신호등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 이제는 속도전이 아니야. 느리면 어때. 달리기보다 산책하며 주변환경을 반짝이는 일상으로 만들어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