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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살다 Jan 07. 2024

베드타임 스킨십

아이를 안아본다.


소파에 앉은 상태로 아이를 불러 아이를 안으면

아기띠 하듯이 안기에는 이제 다리가 길어져 

나의 등 뒤로 다리 위치 정리가 필요하다. 


코알라 또는 캥거루가 새끼를 안 듯

그렇게 한 품에 쏙 안을 수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나마 부르면 다가와 안기는 것에 감사해야한다고들 하니

흐르는 시간이 참 아깝다. 


아이를 안는 일은 공감각적이다. 

아이의 부피감과 무게감이 내 몸을 지그시 눌러 안정감을 주고

양팔로 서로를 꼭 껴안은 체결감이 만족스럽다. 


더군다나 아이는 따뜻하다. 

쉴 새 없이 뛰고 말하고 아무 이유없이 다시 뛰고 또 소리치고

그러다가 화를 내고 고집을 부리는데

그만한 에너지말고도 점점 안으로 향하는 에너지도 발화하는게 느껴진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어떤 개구진 계획을 품고 있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심히 불안하다.


아이의 목 뒤와 발목, 등을 안아 만져보면 따뜻하고

그리고 동글동글 부드럽다. 


아이의 정수리에서는 또 달큰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니

어떻게 이 포옹을 풀 수 있을까.



통통하게 솟은 둥근 볼살은

아무 것도 먹고 있지 않은데도 입이 꽉 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계속 말하느라 늘 침이 발라져있는, 반들반들한 입술과

모든 감정이 다 실려있는 말간 눈동자.

그리고 콧물이 살짝 흐르다 마른 자국이 있는 콧구멍까지,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그 아이의 발견을 공유받다보면

눈이 즐겁고, 귀가 행복하다. 


따뜻하고 묵직하면서 둥글둥글 부드러운 존재가

재잘재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내 눈을 깊이 들여다 보는 

총체적인 행복의 이름이


포옹이다. 스킨쉽이다. 

꼭, 안기이다. 


인사를 대신하는 허그가 아니라 몇 분, 아니 몇 십 분 동안도 계속 할 수 있는

꼭 안기.


완벽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압각과 온도가

나를 치유한다. 


아이를 안는 일은 그래서 나에게 충전과도 같다. 

퇴근하고 나면 소파에 앉아 아이를 부르며


- 호은아, 이리와.  엄마 충전 해야돼.


그러면 아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폭 안긴다. 

동생은 그런 형과 엄마의 모습을 보고 따라 와서는


- 나도 엄마랑 안을꺼야! 


한다. 막내는 아직 포옹으로 엄마가 충전되는 로직(?)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궁극의 힐링은 베드 타임에서 빛을 발한다. 

아이에게 팔베게를 해주고 꼭 안고 잠을 청한다.

(둘째는 독립적으로 자기를 원하여 아쉽게도 놓아주었다.)

그러면 잠이 기분좋게 밀려온다. 


파도가 서서히 밀려들듯이, 

아이를 안은 옆구리와 볼 아래를 간질이는 아이의 머리카락 사이로


솨아아......


달콤한 잠의 세계로 서서히 젖어들면서

수면의 블랙홀로 빠져들려는 그 순간, 



- 엄마, 그런데...


아이는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았는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 시간이니 내일 얘기하자고 해보지만, 

아이의 화제는 사뭇 진지하다. 


하루 종일, 어쩔때는 며칠 동안 아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사건과 행동들에 대한

성토와 고백, 반성과 고민을 이야기 하는 중요한 타이밍인 것이다. 


몰려오던 잠의 파도에서 한발짝 물러나 

아이와의 대화로 마음을 집중한다. 



스킨십을 한 상태에서의 대화는

서로에게 잘 스며든다. 


흡사 상대의 말이 귀가 아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 같다. 



많은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왠지 아이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래서 안고 있을 때 

더 아이의 마음을 한 결 한 결 어루만지고, 

예상치 못했던 고백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도 피부를 통해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더 큰 위로와 지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베드 타임 스토리는 우리의 스토리다. 


책을 읽어주고 주인공의 모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 속에 한가닥 남아있던 

불편하고 낯선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고

그 순간에 우리는 꼭 끌어안고 있다.



오늘 밤도 아이가 어떤 베드 타임 스토리를 들려줄지

살짝 기대가 되면서도

아, 오늘은 일요일인데. 일찍 자야 하는데,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너에게서 에너지와 힐링을 받는 것처럼

너도 엄마에게서 쉼과 위로를 받고 있기를.



우리의 스킨십이

오래 오래 이어지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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