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어두운,
스스로 고립된 채 쾡한 눈을 가진
짐승 한마리 사는
쓸쓸한 우리 안
시간은 멈춘 지 오래
기억도 추억도 지워진 글자처럼
희미해진 그곳
고압선을 튕기며 지나가는
윙윙 바람소리만 멀리서 들리는
춥고 어두운
쓸쓸한 우리 안
피어난다 혹은 날아온다
어떤 땐 하나씩
어떤 땐 폭포처럼
어떤 땐 모두 그물을 빠져나가버리고
어떤 땐 몇 개 걸려
은빛 비늘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반짝이며 겨우 남아있을 때
건져서 포를 뜬다.
수식도 없고 장식도 없다
나무 도마에 처연히 펼쳐진
한점의 푸른 사시미처럼
그 오랜 유영의 끝.
빠져나가고 사라져버리고
잊혀지고 지워져버린
어떤 봄 날의
현기증 나는 아지랭이 아래
그렇게 남는 몇개의 단어들
상처들,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