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엔 살 빼긴 글렀어요
축복 가득한 생일날,
빤짝빤짝 빛나는 크리스마스이브,
사랑 가득한 특별한 기념일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케이크부터!
나는 케이크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 상시 보관하고 싶은 수준.
(실제로 한 번 넣어봤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어릴 적 케이크가 어찌나 비싸고 고급 음식이었는지
동네 제과점 유리 진열장 앞은 ‘꿈의 백화점’이었다.
하얀 크림에 딸기 하나 얹힌 케이크들을 보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저거 다 사 먹을 거야!’라며
작은 주먹을 불끈 쥐던 그 시절의 나.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제과점을 한다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이건 케이크 뷔페다! 확신했다! 그런데...
등장한 건 건포도 가득한 롤케이크.
웃으며 먹긴 했지만, 마음속엔 크나큰 실망...
대학생 땐(30년 전) 케이크를 들고 술집에 가면 생일 노래 틀어주고
접시랑 포크도 챙겨주고,
옆 테이블과 함께 케이크 나눠 먹으며
“생일 축하합니다~”를 함께 외치던 시대였다.
케이크 하나를 조각조각 내어 나눠 먹는 정이 있었고
조금 한 거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행복했던 마음이 있었던 시절이다.
그때는 사소한 것도 소중히 아끼며 정을 나눴는데...
또 잘 사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았는데...
요즘은 케이크 종류가 너무 많다.
초코, 고구마, 치즈, 당근, 무지개, 술 들어간 것도 있고 심지어 무설탕도 있다.
선택장애 걸릴 만큼 많다.
어찌나 종류도 많고 흔한지
또 잘 사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 건지...
가까이에서 반짝 빛나는 것도
작고 은은하게 따뜻한 것도
눈앞에 소중한 것을 가지고도 먼 곳만 바라본 채
잊은 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케이크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달달하고 행복한 맛. 따뜻한 분위기. 나누는 정.
지금도 특별한 날이면 케이크가 떠오른다.
맞다. 이번 생에 다이어트는 글렀고,
케이크는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