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대견스러웠으면 새겨진 이름 보고 또 보고 토닥토닥 사랑스러워했을까, 지겹다니요? 들고 날 적마다 먼지 앉을 새라 쓰다듬길 그치지 않았는데. 반질반질 윤이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요.
느지막이 어찌어찌 끌어 모은 돈 (+) 대출까지 한몫해 장만한 집,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들어설 때 그 기분? 짧은 필설로 어설프게..... 아시는 분은 다 아실 테다.
심기 행여 건들세라 긴긴 날 기(氣) 한번 제대로 못 폈었는 데...... 셋방, 전세 살이 우리 곁을 떠나던 역사(?) 서린 이 날 어찌 기념해 마지않을까. 한데 문패는 없었다. 알파벳과 한글, 숫자의 묘한 조합인 [B동 503호?]가 그 자리를.
'그거나 그거나'?
온통 콘크리트 투성이 아파트뿐. 탁 트인 녹색, 자연(自然)이요? 구색 맞추기용 쯤으로 전락 한쪽 구탱이 쪼그리고 앉아 훌쩍거린다. 다닥다닥 숨 막힐 것 같은 데도 용케 버티면서.
"몇 평?"은 왜 또 그리 점령군처럼 거드름 피워대는지.
상대적 박탈감 유발하는 위력,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됐고. 그거 하나 장만하겠다고 뼈 빠지게 애쓴, 자랑스러운 훈장이긴 했어도.
"성실한 부모님, 우리 6남매가 함께 일궈낸 집"
이런 문패 걸어본 적 한 번 아쉽게도 없다. 찢어지게 가난했으니. 지지리 궁상 떨려는 건 아니다.
그렇게 추억 속 깊이 사무쳤던 문패. 슬쩍 엿보며 만난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제주 나들이에서. 그것도 부부 성함(姓銜) 나란한. 남자 이름만, 아버지 이름만 새겼던 세월을 거치고 거쳐.
"고○○/장□□"
아파트 동호수 104동 2105호와는 격조 자체가 사뭇 다름은 뜬금없는 나만의 감성일까......
하 수상해진 요즘, '개인 정보 유출'이다 뭐다 라며 뒤따르는 부작용 감당할 수준 훌쩍 넘어서겠지요. 예전처럼 문 앞에 자랑스레(?) 떡하니 붙여 놓기도 참 거시기한 세상을 산다,
삶의 흔적 고스란히 배어 있는 문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