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나 꾸준히 그것도 잘이나 쓰면서 그러면 '그러려니' 끄덕끄덕 수긍이라도 할 텐데 그도 저도 아닌, 어중이떠중이 레벨쯤 되면서, 한데 핑계는 참 대국적(?)으로 그럴싸하게 갖다 붙인다.
시국이 하 수상해서......
전문성 뿜뿜, 수준 께나 높은 글 언감생심이고, 감성 충만 예쁜 작품 과도 거리가 너무 먼 걸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니. '낄낄 빠빠' 라도 똑 부러지게 분간한다먼 또 모를 텐데.
그런 내게 이 놈의 싱숭생숭 하 수상한 시국, 혜성(?)처럼 나타나서는 최고의 핑곗거리 제공해 주니 고맙지 뭔가. '아이구! 대단한 애국자 나셨네, 나라 걱정에 글을 못 쓰신다고?' 비아냥 소리 여기저기 장난이 아니긴 하다.
안 그래도 실력 부족으로 못 쓰는 건데, 도구나 시국 탓이나 해대는, 희한한 부류의 전형이 바로 '나'일 줄은. 경지에 오른 분들 본다면?
기찻길 옆 열악한 환경 무릅쓰고도 쑥쑥 크는 옥수수. "빽빽"거리며 요란하게 지나가는 기차 탓하는 거 본 적 있는가? 들어는 보았고?
얄미울 정도로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큰다. 멋대로 서툰 착각 동원해 옥수수 심경 아는 척 말자. 소음 없는 좋은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며.
"훨씬 더 튼실한 알갱이 옥수수 맺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새근거리며 질 잤을 테고"
하 수상한 싱숭생숭한 시국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심지 굳지 못한 수많은 '나' 같은 모질이들 위해 그래도 속히 정의로운 세상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매섭게 추운 날씨 대차게 뚫고 나가 역사의 현장 지켜내는 이들, 끼지는 못해도 감히 뜨거운 성원의 박수 보내려 한다. 부끄럽지만.
도무지 가슴이 벌렁벌렁 가라앉질 않는 데도, 기찻길 옆 옥수수처럼, 아기처럼 잘도 쓴단다, 남들은.
"멋들어진 핑계 갔다 붙이는 나와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