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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인 Dec 08. 2021

국립중앙박물관 무엇을 보고 올까?

어떻게 무엇을 볼까?

일단 그렇게 좋다고 했으니 가보기는 할 텐데 그런데 가서 뭘 보면 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다. 자주 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 시간 정도만 보고 다음에 와서 또 보시라고 한다. 백자만 보던지, 청자를 보던지, 아니면 회화를 보던지 조금씩 나누어 보는 것이다. 아이와 간다면 그 당시 아이가 관심이 있거나 요즘 읽었던 책과 연관된 주제의 전시물 몇 가지만 보기를 권한다. 물론 사실 미취학 어린이와 함께라면 푸드코트 옆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을 더 추천한다.      

한 번에 다 본다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주 무리인지라 멀리 해외여행 갔을 때처럼 박물관을 다시 안 올때 보는 방식이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관람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 이 멋진 세계 6대 박물관이 이제 15년을 조금 넘겼으니 다시 어디로 옮길 일은 없지 않겠는가?

특히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영화관을 한 번만 가는 것이 아니듯 박물관도 여러 번 자주자주 가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꼭 봐야 하는 유물을 찾아본다면...     


그래도 외국인 친구와 함께하거나 혹은 먼 거리에서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 처음 가는 것이라 일단 한번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각 전시실의 대표 유물을 추천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전시실 안에는 큰 전시장과 작은 아일랜드 형태의 단독장이 있는데 중요할수록 여러 유물과 함께 있기보다는 단독장에서 혼자 집중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 단독장에 있는 유물을 본다 생각하면 대표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단독장이 아니라 독방 전시실을 가지고 있는 2종류의 유물이 있다. 하나는 1층 신라실 안에 있는 '금관과 금허리띠', 그리고 2층의 사유의 방에 전시되어 있는 '반가사유상'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두 점을 봤다면 절반은 봤다 할 수 있을 듯하다.      

     

신라실의 황남대총 금관과 금제허리띠                                               반가사유상                             


그러나 또 이 두 점만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그곳까지 찾아간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 조금 더 찾아보자. 눈을 돌려 상설전 1층의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바로 시대순으로 대표 유물을 보는 것이다. 구석기실에 들어가면 아시아의 구석기 문화에 대한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주먹도끼>가 눈에 들어오고 신석기실로 넘어가면 한가운데 전시된 <빗살무늬 도기>를 볼 수 있다.

고조선실로 가면 역시 단독장에 <농경문 청동기>를 보고 한참을 걸어가면 들어가 구석에 전시되어 있는 낙랑시대 유물 블링블링 순금의 <금제 허리띠고리>를 볼 수 있다.      


농경문 청동기                                                                            금제 허리띠고리


고구려실로 넘어가지만 사실 고구려 실은 별반 유물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구려 유물은 대부분 북한이나 중국에 있으니 아무래도 유물 수가 빈약하다. 백제의 유명한 유물들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어 이곳도 건너뛰고 바로 신라실로 넘어간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큰 전쟁을 치른 역사가 많지 않고 왕실의 무덤은 도굴이 어려운 구조라 비교적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 실은 너무 많아 대표 유물만 봐야 한다면 아무래도 <금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시실을 나와 반대편으로 가면 통일신라시대의 <철불>을 보고 고려실에서 인쇄술에 대해 생각을 해보며 조그마한 <금속활자>를 본다. 조선으로 넘어가면 프랑스에서 넘겨받은 <의궤>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옆에 작게나마 자리 잡은 대한제국실이 1층의 끝이다. 참 안타까운 것이 지금 우리의 역사는 이어져 오는데 우리의 근대와 현대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역사가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 근현대사가 궁금하면 광화문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향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 대실이 없어 못내 아쉽다.     


이미 이 정도 봤으면 다리는 쥐가 날 지경이고 뇌는 한계에 다다르기에 이를 것이다. 게다가 인내심마저 바닥을 드러낸다. 그래도 꼭 한 번만 올 사람이라면 2층으로 올라가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2층은 유난히 어두운 서화실. 즉 글과 그림이 전시된 곳으로 유물이 자주 바뀌는 곳이다. 한지와 비단에 쓰거나 그린 유물들은 빛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여러 환경에 손상될 위험이 큰 까닭에 교체 시기가 빠르다. 서화실에서는 눈에 딱 들어오는 작품을 보는 것으로 하고 불교회화실로 넘어간다. 다양한 불화 중 박물관 지붕에서부터 걸린 것 같은 거대한 <괘불>을 보러 간다. ‘괘불’은 법당 밖인 야외에서 의식을 개최할 때 걸어두는 대형 불화(佛畵)로, 이 거대한 크기의 괘불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화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맞은편 기증실이야말로 건너뛰어야만 그나마 남은 체력으로 3층을 볼 수 있다.


3층으로 넘어가기 전에 2층에서 <경천사지 10층석탑>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본다. 이 탑은 우리에게 익숙한 화강암의 탑이 아니라 고려 말 원나라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는 대리석 탑이다. 그러나 이 탑의 기구한 운명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훨씬 더 정감이 든다. 


3층에서 바라 본 경천사지 10층석탑

           

조금만 힘을 더 내보자. 이제 우리는 3층만 남겨놓았으니. 

불교조각실에서 <경주 감산사 불상>을 보고 나면 경건한 마음이 든다. 금속공예실에서 <사리함>을 보고 청자실로 넘어가는데, 이러 청자실에는 단독장에 전시된 것들이 너무 많기에 개인 취향에 따라 하나를 보는 수밖에 없다. 어쩜 이곳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서 봐야 할까 하는 결정 장애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청자 실과 백자실 사이에는 분청자실도 있으니 역시 본인이 보고 싶은 것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보통 백자실에서는 <달항아리>를 분청자실에서는 <귀얄문 분청자>를 청자실에서는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청자실                                                                                    분청자와 백자실


정말 마지막이다. 조금만 참고 2층으로 내려와 기증실 마지막에 있는 사유의 방으로 가면 우리의 피곤함을 잊게 해 줄 바로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 있다. 왼쪽 무릎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뺨에 살짝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보면 그동안의 피곤함도 다 잊히고 평화로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본다면 장담컨대 아이들이 다시는 박물관에 오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고, 어른들 역시 박물관은 부담스럽고 벅찬 곳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이 가는 대로 멋지고 고급스러운 유물을 조금씩 나누고 나누어 아이스크림 핥듯이 감미롭게 보길 권하고 또 권한다.   

   

박물관 나들이를 좋아하는 나 역시 반가사유상 한 점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기도 한다. 어떤 날은 청자실만 보기도 하고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분청자실은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역사를 정통으로 전공한 자가 아니다 보니 의미도 중요하지만 재미에 방점을 두고 관람을 한다. 박물관 보는 것도 사실 내 맘대로 보고 즐긴다. 

여러분도 보고 싶은 것 먼저 짧게 보면서 유물보는 재미부터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야 박물관 가는 걸음이 부담되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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